최근 대구·경북 지역과 경기도 시흥에서 홍역 확진자가 발생한 데 이어 경기도 안산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 경기도·질병관리본부는 지난 18일 경기도 안산에서 영·유아 5명, 20일에는 이들의 부모 3명이 잇따라 홍역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달 17일 대구에서 첫 환자가 발생한 뒤 홍역 확진자가 한 달 새 총 26명으로 늘어났다. 이 중 15명은 네 살 이하 영·유아이고, 나머지 11명은 의료진과 부모들이다. 보건 당국은 앞으로 6주간 비상 대응 체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홍역 바이러스 어디서 왔나

홍역 확진자가 나온 지역은 대구·경북 지역이 17명으로 가장 많고, 경기도가 시흥 1명, 안산 8명으로 총 9명이다. 대구·경북과 경기 모두 동남아를 거쳐 들어온 바이러스로 확인됐다. 하지만 확진자 중 해외에 다녀온 사람은 없다. 보건 당국은 홍역 바이러스가 어떻게 국내에 들어와 퍼졌는지 역학 조사 중이다. 현재까지 대구·경북 지역에서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은 7000명 정도로 추정된다. 3000여명은 잠복기가 지났고, 나머지 4000여명이 모니터링 대상이다. 경기도 지역은 약 450명 수준이지만 늘어날 수 있다.

홍역은 감기처럼 기침·콧물·고열 등이 나타나고, 얼굴부터 온몸으로 발진이 퍼진다. 환자의 침이 직접 튀지 않아도 공기 중으로 전파된다. 환자 한 명이 12~18명까지 감염시킬 수 있다. 예방주사를 맞지 않은 사람이 환자와 접촉하면 감염 확률이 90%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2014년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홍역 퇴치 국가로 인증받았다. 그게 '한국산 홍역 바이러스' 때문에 발생한 환자가 없다는 뜻이지 홍역 환자가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적을 때는 한 해 10여명, 많을 때는 400여명(2014년)이 걸린다. 이번처럼 해외에서 바이러스가 들어온 경우다.

두 차례 예방접종하면 피할 수 있어

홍역은 생후 12~15개월 사이와 만4~6세 사이에 각각 한 번씩 두 차례 예방접종(MMR)을 받으면 평생 피할 수 있다. 만 12세 이하 어린이는 접종 비용이 무료다.

이번에 확진 판정받은 영·유아 15명 중 14명이 예방접종을 받지 않았다. 12개월 미만이라 그런 경우도 있었지만, 접종 대상인데도 맞지 않은 아이가 많았다.

홍역 예방접종은 12~15개월에 맞는 게 효과가 확실하기 때문에 그전에 억지로 맞힐 필요는 없다. 특히 6개월 미만 영아는 엄마로부터 받은 항체가 남아 있어 예방주사를 맞지 않아도 괜찮다. 하지만 6~11개월 사이 영아라도 필리핀·말레이시아 등 해외여행 계획이 있으면 1회 접종을 받아야 한다. 아직 예방접종을 마치지 않은 영·유아는 어린이집·병원 등에서 감염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사람 많은 곳에 갈 땐 꼭 마스크를 씌워야 한다.

보건 당국은 영·유아가 아닌 20~30대도 홍역에 취약하다고 밝혔다. 1997년 도입된 '2차 접종'을 받지 않았거나 제대로 보관되지 않은 백신을 맞았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에 감염된 의료진과 부모들도 모두 20~30대였다. 1967년 이전에 태어난 이들은 자연적으로 홍역 면역이 있어 백신을 맞을 필요가 없다.

한편 지난달부터 폐렴 등을 유발하는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에 감염된 신생아도 늘고 있다. 지난달 인천의 한 산후조리원에서 신생아 6명이 RSV 바이러스에 감염된 데 이어 지금까지 경기도 시흥에서 10명, 대구에서 41명, 제주에서 1명이 감염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