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목포시 근대역사문화공간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직접 11억원을 대출받아 목포 부동산 매입 자금을 댄 것으로 드러나자, 시민들 사이에선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손 의원 남편이 이사장으로 있는 크로스포인트문화재단에 대출금 11억원 중 7억1000만원을 기부했고, 재단 측은 이 돈으로 목포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 등에서는 "대출까지 받아 기부하는 것 보니 천사가 따로 없네" "이 정도(대출 사실) 밝혀졌으면 이제 부동산 투기했다고 자백해야 하는 것 아닌가" "대출받아 부동산 사는 건 값이 오른다는 확신 없이 불가능하다. 이실직고하라" 등 그간의 손 의원 주장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여론이 많았다.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

손 의원 측은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이 11억원 대출 사실을 보도하자, 해명자료를 내고 "부동산 투기 목적의 대출은 사실이 아니다. 서울 남산에 있는 본인 소유의 나전칠기박물관을 목포로 이전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손 의원 측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네티즌들은 "말이 자꾸 바뀌니 꼬이기 시작했다"면서 여러 궁금증들을 지적하고 있다.

◇"文정부, 집 2채만 있어도 투기꾼 취급하더니…"
네티즌들은 현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로 대출이 '하늘의 별 따기'가 된 상황에서 손 의원의 11억원 대출을 받았다는 사실에 대해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 네티즌은 "서민들은 대출 규제로 신혼집 빌라 전세 대출도 어려운데 손 의원은 11억원이나 대출받아 건물을 20여채나 샀다는데 이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손 의원은 2018년 3월 초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한국나전칠기박물관 건물과 토지(65.9평)를 담보로 11억원을 대출받았다. 그해 개별공시지가(토지) 기준으로 ㎡당 498만6000원, 전체 218㎡, 10억8694만8000원 짜리다. 이 건물은 문화·집회 시설로 돼 있기 때문에 네티즌들이 말하는 주택담보대출 규제와는 다르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부자들은 대출받아서 지방 부동산을 막 사들여도 되는 거냐"고 지적한다. 한 네티즌은 "국토교통부 장관은 ‘살고 있는 집이 아니면 파시라’고 겁을 주더니 같은 당 의원에게는 왜 아무말 하지 않냐"고 했다.

전남 목포 대의동1가에 있는 창성장 인근 골목.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이곳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되기 전에 부동산들을 사들여 투기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손혜원, 목포 사랑이 눈물겹다"
직장인 이모(38)씨는 "목포가 고향도 아닌 사람이 매달 수백만원 이자를 내면서까지 목포 구도심을 살린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손 의원은 작년 8월 조카 등이 소유한 게스트하우스 ‘창성장’을 오픈하며 "목포 청년들이 (목포를) 떠나지 않고 이 목포에서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1년 전인 2017년 8월에는 한 포럼에서 "거기(목포 구도심) 투기지역으로 묶으셔야 되고, 그냥 전체를 다 문화유산으로 지정을 해버려야 된다"며 "서울 사람들이 와서 땅 투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라고 했다.

이에 대해 한 네티즌은 "서울 마포구 국회의원이 목포를 얼마나 사랑했기에 이렇게까지 하는거냐"고 했고, 또 다른 네티즌은 "손 의원은 서울 사람 아니고, 목포 사람이냐"며 "진짜 목포 사람들이 잘 살도록 하고 싶었으면 그 많은 돈 그냥 기부하던지 해서 목포 사람들이 이사 안가고 집 고쳐주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목포 시민 오모(54)씨는 "(손 의원은) 목포사랑 어쩌고 하면서 결국 목포 사람들 이주하게 만들고, 땅값만 뛰기 만들었다"고 했다.

목포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손 의원의 목포 사랑은 그룹 퀸의 ‘TOO MUCH LOVE WILL KILL YOU’라는 노래 제목이 들어맞는 상황"이라고 했다. 지나친 사랑이 자신을 다치게 했다는 말이다.

손 의원이 관장을 맡았던 나전칠기 박물관 - 손혜원 의원이 국회의원 되기 전까지 관장을 지냈던 서울 용산구 한국나전칠기박물관.

◇"크로스포인트문화재단은 도대체 누구 것?"
사실관계만 보면, 크로스포인트문화재단은 손 의원 남편이 이사장으로 있다. 그리고 손 의원 소유의 이태원동 건물에 입주해 있다. 그리고 손 의원이 만든 한국나전칠기박물관은 크로스포인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회의원이 되기 전인 2014년 손 의원은 박물관을 오픈하면서 재단도 함께 만들었다. 결국 부부가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11억원 대출 사실이 알려진 직후 손 의원은 언론에 "나전칠기박물관을 목포로 옮기기로 결정해 박물관 부지를 확보해달라고 재단에 부탁했다"고 했다. 그러나 재단 이사장인 남편 정씨는 본지에 "(목포 부동산은) 아내인 손 의원이 직접 보고 구매했고, 나는 그쪽(목포)에 내려가 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부부의 말도 앞뒤가 맞지 않고 있다.

자유한국당 한 관계자는 "손 의원이 소관 소위(문화체육관광위원회) 직무와 관련 없는 일로 만들려고 하니 계속 말이 꼬이고 있는 것 같다"면서 "명의만 달리했을 뿐 누가 봐도 손 의원이 직접 목포 부동산을 사 모은 것 아니냐"고 했다. 이 관계자는 "최순실이 미르·K스포츠재단 만드는 거 주도해놓고 뒤로 회사 만들어 수익 챙긴 것이랑 뭐가 다르냐"고 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이번 손 의원 관련 부동산 의혹을 보면 부패방지법, 부동산실명제법 등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면서 "국민들 의혹이 이 정도까지 커졌으면 검찰이 빨리 수사에 나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