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번스 리비어(왼쪽), 조너선 폴락

16일 국제회의에 참석한 미국 전문가들은 "갑작스러운 남북 관계 진전 때문에 미국 내에선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북한이 한국에 '민족 공조'와 '한·미 동맹' 간의 선택을 종용하며 한·미 관계가 경색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에번스 리비어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날 "한국 정부는 김정은이 내민 올리브 가지에 깜짝 놀랄 정도로 신속하게 반응했다"며 9·19 군사합의에 따른 비행 금지 구역 설정, 철도·도로 연결 사업, 개성공단 내 남북 연락사무소 개설 등을 예로 들었다. 그는 "(이런 사업들이) 그야말로 머리가 빙빙 돌아버릴 정도로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며 "김정은이 한국을 계속 압박해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재평가하고 변경하도록 강요할 것"이라고 했다.

리비어 연구원이 언급한 남북 협력 사업 대부분은 대북 제재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선 추진될 수 없다. 미국 내 우려도 이런 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조너선 폴락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한국은 완전히 실현되지 않은 북한의 비핵화를 기정사실로 추정하고 있다"며 "한·미 동맹에 있어 더 큰 시험대는 아직 찾아오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한국이 대북 제재를 위반하지 않고 미국과 정책 조율을 훼손하지 않으며, 남북 간 허용 가능한 만큼의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고 했다.

'금전적 실리'를 중시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도 한·미 동맹의 암초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리처드 부시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1년 전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에 대규모 군대를 주둔시키며 얻는 이익이 뭔가'라는 질문을 그의 고위 안보 보좌관들에게 던진 적이 있다"며 "한·미 동맹의 가치에 아무런 의심을 갖지 않는 우리들에게 이 질문은 충격으로 다가온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