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의회가 행정부의 브렉시트 합의안을 부결시킨 15일(현지 시각) 글로벌 금융시장은 큰 동요가 없었다. 영국 파운드화는 합의안 부결 직후 오히려 강세 흐름을 보였다. 합의안 부결이 어느 정도 예상돼 금융시장이 위험 부담을 미리 반영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글로벌 증시도 거꾸로 상승했다. 뉴욕 증권시장에서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이날 각각 0.65%, 1.71% 오른 채 마감했다. 영국발 악재를 중국발 호재가 눌렀다. 이날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올해 1분기 경제가 '좋은 출발'을 하는 데 주안점을 둘 것이라고 발표했는데,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 부양 의지로 해석돼 주가를 밀어올렸다. 16일 시작된 유럽 증시도 보합세로 출발했다.

브렉시트 놓고 엇갈린 민심 - 15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에 반대하는 시위자가‘브렉시트 난장판을 멈추라’는 피켓을 목에 걸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왼쪽 사진).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시위자들은 같은 날 런던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서‘노딜 브렉시트(아무 조건 설정 없는 EU 탈퇴)? 문제없다!’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그러나 브렉시트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으면 위기감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금융센터는 16일 "브렉시트 예정일인 3월 29일까지는 영국발(發) 금융시장 혼란 가능성이 고조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한국은행도 지난달 브렉시트로 인한 교역 감소로 인해 영국은 물론 유럽 지역의 경제 성장 둔화가 예상된다는 예측을 내놨다. 브렉시트로 인한 관세 인상 등을 감안할 때 EU의 대(對)영국 수출은 9.6%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이 유럽연합(EU)과 아무런 결별 조건을 만들지 못하고 헤어지는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우리나라도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작년 1~11월 기준 우리나라의 대(對)영국 수출액은 54억달러(전체의 1%), 수입액은 62억달러(1.3%)에 이른다. 현재 우리나라는 한·EU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항공기 부품이나 승용차 등을 영국에 무관세로 수출하고 있다.

노딜 브렉시트의 경우 자동차 관세는 최대 10%로 뛴다. 이날 부결된 합의안에 따른 '질서 있는 브렉시트'가 진행될 경우 영국은 내년 말까지 EU 관세동맹에 머무를 수 있지만, 노딜 브렉시트 상황에선 이 같은 완충 장치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체 영국 수출의 25% 정도를 차지하는 자동차의 가격 경쟁력이 확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노딜 브렉시트는 영국과 EU의 전반적인 경기 축소로 이어져 한국 전체 수출의 10% 안팎을 차지하는 대EU 수출에 악재다. 영국에서 현재 무관세로 들여오는 스카치위스키에 관세가 20% 붙는 등 의약품과 같은 영국산 수입품을 구입하는 소비자 부담도 가중될 전망이다.

정부는 브렉시트로 국내외 금융시장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경우 컨틴전시 플랜(비상 대책)을 가동할 계획이다. 또 영국과의 무역에서 무관세 혜택을 되살리기 위해 조속히 한·영 FTA를 체결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