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변회, '2018년 법관평가' 발표
법정서 막말하고 고압적 태도 여전

#"잘 했네요. 그게 자랑이에요?"
재판을 받는 A씨가 지난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판사는 이유를 물었다. A씨는 "(법정) 밖에 있었는데 재판이 진행되는 줄 몰라 들어오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A씨가 머쓱해하며 웃자 판사는 "지금 이게 웃기냐"며 빈정대듯이 타박했다.

#"네, 아니오로만 대답하세요!"
B판사는 사건과 관련해 소송 당사자가 왜 그랬는지에 대해 묻는 자신의 질문에 변호인이 이유를 답하려 하자 이 같이 말하며 소리를 쳤다. B판사는 또 당사자가 자신의 설명과 관련해 오해가 있을 수 있는 부분을 설명하자 "아니, 말을 번복하면 어떡하냐"고 꾸짖으며 그가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게 했다.

일러스트=정다운

서울지방변호사회는 16일 ‘2018년 법관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서울변회 소속 변호사 2132명이 맡았던 사건의 담당 법관을 대상으로 평가한 결과다.

하위법관으로 선정된 5명의 점수는 58.14점으로 우수법관으로 뽑힌 21명 법관의 평균 점수인 96.02점보다 40점 가까이 낮았다. 또 하위법관 5명 중 3명은 과거에도 하위법관으로 평가된 전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위법관으로 지적된 한 판사는 변론시간을 1분으로 한정하고, 이를 넘어서면 발언을 강제로 중단해 변론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한다. 이 판사는 재판부가 주도하는 조정에 불응하면 판결에 반영하겠다는 의견을 노골적으로 표시하며 사실상 조정을 강요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또 "어젯밤 한숨도 못 자서 너무 피곤하니 불필요한 말은 하지 말라"고 하거나 "왜 이렇게 더러운 사건들이 오지" 등 고압적이거나 모욕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는 판사들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대로 가면 패소"라며 판결에 앞서 심증을 드러낸 판사도 있었다.

충분한 변론 기회를 보장하거나 당사자 말을 경청한 판사, 합리적으로 재판을 진행한 판사들은 평점 95점 이상의 우수법관으로 뽑혔다. 서울중앙지법 김배현 판사와 서울서부지법 유성욱 판사는 100점을 기록했다. 서울고법 이영창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김종호 형사수석부장판사, 대구가정법원 정승원 판사 등도 우수법관으로 선정됐다. 서울변회는 이 같은 평가 결과를 대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