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보상법에 따라 보상을 받은 경우에도 정신적 손해에 대해서는 추가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민주화 운동 관련 피해자가 보상금을 받으면 따로 국가 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한 민주화보상법 규정에 대해 일부 위헌 결정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관련자들의 추가 소송이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부(재판장 김행순)는 15일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고(故) 이소선〈사진〉씨의 후손과 평화시장 노동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파기환송심에서 "이 여사 유족에게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씨 등은 전태일 열사가 분신자살한 후 1980년대 초 청계피복노조를 결성해 노동교실을 개설했다. 그러나 청계피복노조는 강제 해산됐고 이들은 불법 구금됐다. 이에 대해 2010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의 진실 규명 결정이 내려지자 이들은 국가를 상대로 1인당 500만~1500만원의 위자료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국가가 노동 기본권을 침해해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며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중 일부가 민주화보상법에 따라 1인당 2800만~5000만원의 생활 지원금을 지급받았기 때문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자격이 없다며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민주화운동보상법은 이 법에 따라 보상을 받은 경우 확정판결인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있다고 정하고 있기 때문에 별도 소송을 낼 수 없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지난해 8월 헌재는 "재산적 손해 외에 정신적 손해배상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며 이 법 조항에 대해 일부 위헌 결정을 내렸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이 헌재 결정에 따라 이씨 등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재판부는 "원래는 파기환송을 한 대법원의 뜻에 따라야 하지만, 헌재가 해당 조항에 대해 일부 위헌 결정을 한 경우는 법에 따라 예외적으로 달리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