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원전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거듭 촉구했다. 그가 원자력계 신년 인사회에서 처음 이 주장을 하자 청와대는 "이미 공론화를 거쳐 추가 논의가 필요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자 송 의원은 "(재작년 공론 조사는) 신고리 5·6호기에 한정된 것"이라며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여부는 별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사실이 그렇다. 신한울 3·4호기에 대한 공론화는 없었다. 이날 원전 관련 업체들이 밀집한 경남 창원의 상의 의장은 청와대 기업인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관련 기업들이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 신한울 3·4호 건설을 재개해 달라"고 요청했다. 절박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신한울 3·4호기의 경제성은 가동률과 가동 연한을 고려할 때 정부가 새만금에 짓겠다는 태양광·풍력 단지와는 비교할 수 없이 우월하다. 새만금의 엄청난 토지 비용을 빼고도 그렇다. 더구나 신한울은 이미 7000억원이 투입돼 공정률이 30%에 달한다. 신한울 건설을 백지화하는 것은 국가적인 자해 행위다. 요 며칠 새 극심한 미세 먼지 사태로 탈원전 정책이 도마에 오르자 청와대는 석탄 발전 비중이 늘지 않았다는 보도를 거론하며 탈원전은 미세 먼지와 무관하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해 1~11월 원자력 발전량이 전년보다 12% 감소하는 동안 LNG 발전량은 26%나 급증했다. LNG도 석탄 화력 발전이 내뿜는 초미세 먼지의 3분의 1 정도를 배출한다.

청와대가 원자력을 악(惡)으로 규정하고 신앙처럼 밀어붙여온 탈원전은 1년 반 만에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생태계는 붕괴 직전이고 전력 생산 비용은 누적적으로 치솟고 있으며 미세 먼지도 장기적으로 악화시킬 것이 뻔한 이치다. 대통령은 원전이 위험해서 탈원전한다고 선언했지만 체코에선 한국 원전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했다. 원자력마이스터고 학생들이 "안전은 우리가 지킬 테니 탈원전을 다시 생각해달라"고 대통령에게 손 편지를 써서 보냈다. 이들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정책을 추진하다가 부작용이 노출되면 조정하는 게 순리다. 그런데 청와대는 모든 것을 이기고 지는 것으로 여기고 오기 싸움을 한다. 최저임금의 과격한 인상과 준비되지 않은 노동시간 단축, 4대 강 죽이기 같은 비합리적인 정책이 종교 교리처럼 되고 있다. 이런 청와대의 기세에 눌려 그 많은 여당 의원들 속에서 이의 제기 한 번 나온 적이 없었다. 여당이 합리적인 정책 수정 요구를 하고 청와대가 이를 받아들이면 국민은 안도하고 지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