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1~10일 수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7.5% 감소했다. 품목별 1위인 반도체 수출이 27% 줄었고, 지역별 1위인 대중국 수출은 15% 감소했다. 아직 짧은 기간의 통계지만 심상치가 않다. 반도체 초호황이 끝나고 미·중 무역 전쟁 여파가 점차 우리에게도 닥쳐오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수출의 20%와 25%를 각각 차지하는 반도체와 대중국 수출 감소는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이다. 내수 침체로 수출의 단발 엔진에만 의존하고 있는 경제에 위기가 닥칠 수 있다. 국책 연구소인 KDI는 작년 11월 이후 3개월 연속으로 경기가 "둔화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이미 서민 경제는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란 말이 나올 만큼 좋지 않다. 지난해 취업자 가운데 '투잡(two job)'을 원한다는 사람이 1년 새 10% 이상 늘어난 63만명으로, 통계 집계 후 최대를 기록했다. 경기 침체에다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근로시간이 줄면서 벌어진 일이다. 최저임금 부담으로 중소 업체와 소상공인들이 직원들 근로시간을 줄이면서 주당 평균 근로시간이 17시간 이하인 근로자가 1년 새 12%, 18~35시간인 근로자는 21%나 급증했다. 주 52시간 근로제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50대 근로자의 연간 급여가 평균 600만원 정도 줄어들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많은 자영업자가 빚으로 버티고 있다. 한은 통계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도·소매업 대출 잔액이 1년 전보다 9.7% 늘어, 글로벌 금융 위기 때인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음식·숙박업도 10.5% 증가했다. 서민과 경제 약자들 소득을 늘려준다는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이 도리어 근로자 소득을 줄이고 자영업자 빚을 늘리는 역설이 벌어졌다. 올해는 실질 최저임금을 작년보다 무려 33%나 올렸고 52시간 근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이야말로 '사람 중심 경제'의 필요성을 더욱 강하게 말해주고 있다"고 했다. 소득 주도 정책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고용 참사와 서민 경제 침체를 만든 원인 가운데 하나가 소득 주도 정책인데 오히려 이것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억지에 가깝다. 새해 벽두부터 경제 각 부문에서 우울한 소식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