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회견에서 민정수석실 특감반원이었던 김태우 수사관과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내부 고발과 관련해 "자신이 한 행위를 놓고 시비가 벌어지고 있는 것"(김태우) "자기가 보는 좁은 세계 속의 일을 갖고 판단한 것"(신재민)이라고 했다. 국민이 궁금해하는 것은 김, 신 두 사람이 공개한 내용이 사실인지, 대통령이 알았는지 여부다. 우윤근 러시아 대사의 1000만원 의혹은 청와대가 "검찰이 수사해 무혐의 처리했다"고 했는데 검찰은 수사한 적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청와대가 거짓말을 한 것이다. 공공 기관 임원들 사퇴 동향 문건에 대해 청와대는 "블랙리스트 아니다. 희대의 농간"이라고 했지만 그 문건엔 개인 뒷조사 내용까지 담겨 있었다. 김 수사관이 검찰 간부의 비위 의혹 첩보를 올렸더니 특감반 책임자인 반부패비서관이 바로 그 간부에게 전화해 첩보 내용을 알려줬다. 민정수석실은 영장도 없이 외교부·복지부·기재부·해경 직원들의 휴대전화를 빼앗고 포렌식까지 한 뒤 사생활을 들춰내 징계했다. 모두가 범죄로 볼 수 있을 정도의 심각한 사안이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단 하나의 설명도 하지 않았다.

신재민 전 사무관은 청와대·기재부가 민간 기업 사장 인사에 개입했다고 했고 실제 민간 기업의 대주주 은행이 그렇게 움직였다. 그가 공개한 기재부 직원들 카톡 내용을 보면 '차관이 (윗선에서) 받아와서 (인사 개입을) 지시했다'고 돼 있다. 사실을 부인할 수가 없다. 청와대가 전 정권 먹칠하려고 국가 채무 비율을 일부러 높이려 했고 기재부 장관은 '정무적 판단을 하라' '국가 채무 비율이 39.4% 위로 올라가야 한다'고 했다. 정무적 고려가 뭔가. 문 대통령은 이 심각한 문제에 대해서도 단 한마디 하지 않았다. 심지어 신 전 사무관을 정부·여당이 무참하게 매도한 것과 관련한 질문은 무시했다. 결국 특별검사가 이 문제들을 다 파헤치는 수밖에 없을 듯하다.

전체적으로 보면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좋은 정부이기 때문에 무슨 일을 해도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기자의 청와대행(行)에 대해서도 "과거에는 잘못된 일이지만 우리 정부에선 좋은 일"이라고 한다. 김, 신 두 사람 내부 고발도 전 정권에서 있었으면 문 대통령은 '양심적 영웅'이라고 했을 것이다. 이 정부의 내로남불은 체질화된 불치병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