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돌연사'란 말을 쓰지만 정말 돌연한 죽음은 없다. 전문가들은 "급성 심장 정지 대부분이 한 시간 전에 신호가 온다"고 했다. 가슴이 답답하고 쥐어짜는 듯한 느낌이 대표적이다. 사람에 따라 가슴이 아니라 목부터 배꼽까지 통증을 느끼거나 호흡곤란, 오심 및 구토, 발열 증상이 오기도 한다. 2006년 3월 사망한 개그맨 김형곤씨도 사망 직전 복통을 호소했지만 실은 심장이 문제였다.
평소 고혈압·당뇨가 있거나 비만·흡연자 등 심혈관 질환 위험군은 이 경우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 흉통이 아닌 경우 심장 질환이라고 생각 못해 일을 키우는 이가 많다.
정명호 전남대 순환기내과 교수는 "통증이 20분 이상 지속되면 혈관이 좁아지는 불안정 협심증, 30분 이상 되면 혈관이 완전히 막히는 심근경색증일 수 있다"며 "한 시간 이내에 구급차를 불러 병원에 오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미국 심장학회에서는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경우 병원 도착 30분 안에 혈전 용해제를 사용하고, 90분 안에 관상동맥 중재술을 시행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얼마나 빨리 대응하느냐에 따라 생존 여부가 갈리기 때문이다.
국내 현실은 이와 다르다. 전남대 등 국내 병원 연구팀이 2011~2015년 급성 심·뇌혈관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들을 연구해보니 증상 발생 후 병원에 도착하기까지 구급차를 이용한 환자 그룹은 평균 7.6시간, 그렇지 않은 환자 그룹은 24.9시간이 걸렸다. 구급차를 타면 병원 도착이 빠를 뿐 아니라 차 안에서 심폐소생술(CPR) 등 응급처치를 받을 수 있고, 병원 도착 후 응급 시술까지 걸리는 시간도 훨씬 짧았다.
문제는 구급차를 부르는 환자가 소수라는 점이다.
전남대팀 등이 분석한 환자 중 구급차를 탄 환자는 다섯 명에 한 명(22.6%)이고, 나머지는 아파도 참다가 자기 차 몰거나 가족 차 혹은 택시에 실려 왔다. 정 교수는 "일본은 흉통이 생기면 80%가 119를 누르는데, 한국은 팔·다리 다치면 119 불러도 흉통으로는 안 부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