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민정비서관실이 정부 포상과 관련해 해경을 감찰하면서 휴대전화를 포렌식까지 한 일에 대해 청와대는 "월권(越權)이 아니라 소관 업무"라고 했다. 민정비서관실이 '국정 현안에 대한 포괄적 관리 업무'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청와대 대변인은 "(포상 등이) 대통령 철학과 어긋났을 때 그것을 시정하라고 있는 게 민정비서관실"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청와대 관련 규정에는 민정비서관실 업무가 '대통령 친·인척 등 주변 인사에 대한 관리'와 '국정 관련 여론 수렴 및 민심 동향 파악'이라고 나와 있을 뿐이다. 민정비서관실의 휴대폰 압수 감찰은 법 규정을 어긴 것이다. 공직자 감찰도 청와대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비위가 있을 때 해야 하는 것이다. 상훈(賞勳) 기준 문제는 비위와 상관이 없다. 또 상훈 기준은 법령에 따라야 하는 것이지 '대통령 철학'이 기준이 될 수 없다. 무슨 왕조시대인가.

앞서 민정비서관이 금융위 간부의 '사적인 문제'를 금융위에 통보해 결국 사퇴시킨 일도 드러났다. 야당이 '부당한 인사 개입'이라고 문제 삼자 민정수석은 "민정비서관이 금융 관련 업무를 맡고 있어서 제가 지시했다"고 했다. 경제비서관도 아니고 대통령 친·인척을 관리하는 민정비서관이 맡고 있다는 '금융 관련 업무'가 도대체 뭔가. 해명이라고 아무 말이나 하고 있다.

공직 감찰을 핑계로 벌이는 민정수석실의 휴대폰 '압수'와 포렌식 조사가 직권 남용이라는 법조계의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감찰 조사 같은 행정 조사는 최소한의 범위로 해야 하고 휴대폰 압수 같은 강제 처분이 필요할 때는 수사기관에 넘겨 법원 영장을 받아 하도록 돼 있다. 수사기관이 휴대폰 포렌식을 하더라도 영장이 허용하는 한도를 넘어선 사생활 정보 등은 증거로 사용할 수도 없고 당사자의 참관권도 보장해야 한다.

그런데 민정수석실은 영장도 없이 남의 휴대폰을 가져다가 포렌식을 하고 별건으로 사생활을 캐내 징계했다. 당사자를 참관시켰다는 말도 없다. 청와대가 불법 수색, 별건 감찰을 마음대로 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래놓고선 "당사자의 동의하에 한 것이어서 압수 수색이 아니다"라고 한다. 지금 한국의 어떤 공무원이 청와대가 휴대폰 내놓으라는데 거부할 수 있나. 말장난이다.

민정수석실은 사정(司正)기관과 정보기관을 관할하지만 직접 수사하고 정보 활동을 하란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역대 정권이 민정수석실을 내세워 권한을 악용한 일이 적지 않았다. 이 정권 역시 예외가 아니라는 증거와 정황이 계속 나오고 있다. 청와대의 불법적이고 습관적인 휴대폰 압수와 포렌식은 당장 금지하는 것이 옳다. 청와대에 휴대폰 압수를 당하는 공무원들도 이를 적극 외부에 알려야 한다. 신재민 전 사무관이나 김태우 전 특감반원 예에서 보듯 권력은 내부 고발을 가장 두려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