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제재로 착공식만 한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 비난
"남북합의 우롱·국민 기만 조명균 통일부 장관 해임" 요구
北도 "착공식은 '형식만 갖춘 반쪽짜리' 文정부 비난
국민주권연대, '김정은 환영' 백두칭송위 주도

친북·좌파 성향 단체인 국민주권연대가 4일 "남북 합의를 우롱하고 국민을 기만하며, 미국의 대북 제재에 동조하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해임하라"고 요구했다. 지난달 26일 북측 개성 판문역에서 ‘남북 철도와 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이 열렸지만, "공사 일정에 대한 계획조차 세우지 못한 상태로 허울뿐인 착공식을 진행해 국민을 기만했다"는 것이다.

4일 오후 1시 국민주권연대가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 해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국민주권연대 회원 13명은 이날 오후 1시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는 조 장관을 해임하고 통일부 장관을 교체하라"고 밝혔다.

조영훈 국민주권연대 정책선전위원은 "쇼와 허울뿐인 착공식 행사만 하는 장관이 아니라, 의지가 있는 통일부 장관이 임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공사 없는 착공식, 치적 쌓기용 착공식, 조 장관 물러가라" "미국의 대북제재 동조하는 조 장관은 즉각 물러나라!" 등 구호를 외쳤다.

지난달 26일 개성 판문역에서 열린 착공식에는 조 장관을 비롯해 김현미 국토교통부부 장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참석했고, 북측에선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김윤혁 북한 철도성 부상, 방강수 민족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착공식 직전인 지난달 24일(뉴욕 현지 시각) 착공식에 대한 대북 제재 면제를 승인했다. 하지만 대북 투자 및 합작사업을 원칙적으로 금지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2375호 때문에 실제 공사에는 착수할 수 없다. 정부는 실제 공사는 북한의 비핵화 진전과 대북 제재 상황을 봐가며 추진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지난달 26일 오전 북한 개성시 판문역에서 열린 남북 동서해선 철도, 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에에서 서울-평양 표지판 제막식을 하고 있다.

국민주권연대는 지난달 31일 성명서를 통해서도 "착공 없는 ‘착공식’으로 국민과 민족을 속여서는 안 된다"며 "이런 식으로 시정잡배나 양아치들이나 할 사기 행각을 정부가 주도해서 한다면 끝내 민족의 철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3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북남 관계는 조·미(미·북) 관계의 부속물로 될 수 없다’는 논평에서 "행성의 그 어디를 둘러봐도 착공식을 벌여놓고 이제 곧 공사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라고 선포하는 예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며 착공식에 대해 ‘형식만 갖춘 반쪽짜리’라고 했다. 이 신문은 우리 정부를 향해 "지금이야말로 우리 민족이 이 눈치, 저 눈치 다 보며 주춤거리고 뒤돌아볼 때가 아니라 더욱 과감히 북남 관계 발전을 위해 가속으로 달려야 할 시각"이라고 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북측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왼쪽부터)이 지난달 26일 오전 개성 판문역에서 진행된 ‘동·서해선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국민주권연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환영할 목적으로 지난해 11월 결성된 ‘백두칭송위원회’를 구성하는 핵심 단체다. 국민주권연대 공동대표 윤기진(44)의 배우자는 2014년 ‘종북 콘서트’ 논란을 일으켰던 황선(45) 전 민노당 부대변인이다. 윤씨는 백두칭송위 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황씨는 지난달 14일 열린 대담에서 김정은을 이순신·세종대왕에 비유했다가, 보수단체로부터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했다.

이날 기자회견엔 백두칭송위 결성식에서 선언문을 낭독한 이나현 한국대학생진보연합 공동대표와 ‘백두칭송위원회 대학생 실천단 꽃물결’ 단장을 맡고 있는 김한성 한국대학생진보연합 공동대표가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