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수출이 전년 대비 1.2% 감소해 8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각종 경제 지표 중 거의 유일하게 좋았던 수출마저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수출은 작년 4월에도 잠깐 감소했지만 비교 대상인 2017년 4월 수출이 워낙 급증한 데 따른 일시적 현상이었다. 반면 12월엔 13대 주력 수출품 중 스마트폰(-34%)·석유화학(-6%)·가전(-12%) 등 10개 품목이 일제히 줄어들었고, 특히 전체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가 27개월 연속 증가세를 마감하고 마이너스 8%로 돌아섰다. 2017년 경제성장률 3.1%의 3분의 2를 수출이 만들어냈을 만큼 수출은 한국 경제의 절대적인 성장 동력이다. 내수가 얼어붙고 생산·투자가 부진한 상황에서 수출마저 위축되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12월 수출 통계가 나오기 하루 전 문재인 대통령은 여당 지도부와의 송년 오찬에서 "경제 실패 프레임이 워낙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어 성과가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경제가 잘되고 있는데 언론이 왜곡 보도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왜곡 보도'의 사례로 든 것은 소비 지표다. 소비는 늘고 있지만 증가율이 1분기 3.5%에서 2분기 2.8%, 3분기 2.5%로 갈수록 내려가고 있다. 이런 방향성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자영업자 빚이 급증하는 등 전체 가계부채가 부풀고 있다. 금리도 오를 가능성이 높다. 모두 소비를 위축시킬 요인이다. 벌써 서민들 보험 해약이 잇따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여당 앞에서가 아니라 시장에 나가서 상인들을 만나 똑같은 얘기를 해보기 바란다. '지금 경제가 좋은데 언론이 왜곡한다'고 하면 상인들이 어떤 표정을 짓겠나.

문 대통령의 경제 관련 언급을 들으면 정확한 보고를 받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작년 한 해 우리 경제 각종 지표 거의 대부분이 최악을 기록했다. 통계청과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표가 그렇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거시 지표가 견고하다" "최저임금 인상은 긍정 효과가 90%"라는 등 현실과 동떨어진 말을 하고 있다. 최저임금 과속 문제를 보완하겠다고 하고서 곧바로 대폭 인상 효과를 내는 정책을 결정했다.

어제 신년사에서 문 대통령은 "경제 발전도 일자리도 결국 기업 투자에서 나온다"며 "기업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힘쓰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역대 대통령이 거의 매년 참석한 대한상의 주최 재계 신년회엔 2년 연속 불참키로 했다. 작년엔 평창올림픽 핑계를 댔지만 올해는 특별한 이유도 없다. 입으로는 '기업 투자''기업 환경'을 말하지만 마음으로는 가기 싫은 것이다. 새해에도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