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go get it myself." 영화 'PMC:더 벙커'에서 배우 하정우가 내뱉은 대사 중 하나다. 영화에서 그는 글로벌 군사 기업 '블랙리저드'의 캡틴 에이헵을 연기했다. 외국인 용병들을 지휘하는 역할인 만큼 전체 대사의 80%가량을 영어로 소화한다. 어렵진 않았을까? 인터뷰에서 하정우는 "솔직히 많이 부담됐다"면서 "감정 잡고 연기할 때 갑자기 영어회화 코치가 다가와 '발음 틀렸다'고 하면 눈 돌아갈 만큼 화나더라"고 했다.

촬영 6개월 전부터 시작한 '몰입 과외'가 큰 도움이 됐다. 미국 필라델피아 출신인 외국인학교 교사 크리스틴 킴과 일주일에 두 시간씩 만나 산책하면서 영어로 대화를 주고받는 식으로 공부했다. 크리스틴 킴은 "여러 영어 스타일을 익힐 수 있도록 하정우씨가 좋아하는 농구 선수 코비 브라이언트와 할리우드 배우 톰 크루즈 등의 말과 억양, 제스처를 유튜브 보고 달달 외워 오도록 했다"고 말했다. "만나서 교육할 땐 절대 앉지 않고 계속 걷거나 움직이며 영어를 쓰도록 훈련했습니다. 제스처나 동작이 따라붙어야 자연스러운 언어 감각을 익힐 수 있거든요."

‘PMC:더 벙커’ 촬영 현장에서 하정우가 할리우드 배우 케빈 듀랜드와 영어로 대화하는 모습.

충무로는 지금 '영어 과외' 중이다. 영화·드라마에서 해외 시장이 중요해지면서, 시나리오 단계부터 다국적 기업이나 외국을 배경으로 하거나 외국인들과의 협업 장면을 삽입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도 IMF 총재 역에 프랑스 유명 배우 뱅상 카셀을 등장시키고 배우 김혜수에게 일부 대사를 영어로 읊게 했다. 전문성과 사실성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지난달 개봉한 영화 '마약왕'에서 4개 국어를 구사하는 로비스트 역의 배두나는 2000년 초부터 영어 과외를 받아온 경우. 배두나를 잠깐 가르쳤던 영국인 강사 대니얼 듀런스씨는 "두나가 배우이다 보니 발음이나 악센트, 자연스러운 제스처를 중점적으로 가르쳤다"고 했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유진 초이를 연기한 이병헌 역시 꽤 오래 영어를 공부해온 경우다. 강남 영어학원의 새벽반에 다녔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병헌의 영어 교육을 담당한다는 BH엔터테인먼트 박정근 실장은 "외국에 친척이 많아 자주 오가다 보니 영어를 꽤 잘하는데도 일주일에 4일은 문자나 전화로라도 짬을 내 영어 공부를 따로 한다"고 했다.

유지태, 한효주, 김고은 등의 영어도 담당하는 박 실장은 "가만히 앉아 문법 중심으로 회화를 익히면 실전에서 순발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손짓 발짓 다 쓰는 것이 자연스러운 회화를 최대한 빨리 익히는 비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