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국회에서 기획재정부의 KT&G 사장 인사 개입 의혹에 대해 "매우 가상한 일"이라고 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을 한 것이어서 칭찬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여당 의원들은 나아가 KT&G뿐 아니라 KT, 포스코, 민간 은행들의 내부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가 조사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말도 안 되는 얘기다. KT&G 등은 정부가 단 한 주(株)의 주식도 직접 갖고 있지 않은 순수 민간 기업이다. 외국인 주식이 더 많은 곳도 많다. 세계 어느 나라 정부가 민간 기업의 경영을 맘대로 조사하고 사장 인사에 개입하나.

전직 대통령과 경제수석이 민간 기업 인사 개입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전 정권이 하면 범죄가 되는 일을 이 정권이 하면 '가상한 일'이 된다. 더구나 작년 KT&G 관련 동향 문건이 공개됐을 때 기재부는 "실무자가 작성한 것"이라며 꼬리 자르기에 나섰다. 청와대는 기재부 공무원들을 상대로 대대적 감찰 조사를 벌였다. 가상한 일인데 왜 훈장을 주지 않고 특감반까지 동원해 휴대폰을 빼앗고 문건 유출자를 색출하나. 앞뒤가 맞나.

앞뒤 안 맞는 일은 이뿐이 아니다. 임 실장은 우윤근 러시아 대사 1000만원 수수 의혹과 관련해 '보고받은 일 없다'고 했었다. 그러다 그제 국회에선 '인선이 완료된 후 (우 대사 관련 첩보가) 접수됐다. 기억이 잘 안 났다"고 말을 뒤집었다. 우 대사 역시 처음엔 '임 실장이 전화로 묻길래 입장을 밝혔다'고 했다가 '임 실장에게 내가 먼저 알려줬다'는 식으로 말을 바꿨다.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고 있는 것 아닌가.

조국 민정수석은 환경부가 산하기관 임원 동향 파악 문건을 만든 것이 합법적 활동이라고 했다. 정부가 대상을 특정해 불이익을 주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야 블랙리스트인데 이 문건은 업무 참고 자료라는 것이다. 그러나 해당 문건에는 임원들 임기·사퇴 반발 여부뿐 아니라 '야당에 내부 정보 제공' '전 정권 경제수석이 임명에 도움' 같은 개인 뒷조사 내용까지 담겨 있다. 이런 것이 블랙리스트다.

이 정권 사람들은 불리한 일이 생기면 "적폐 세력의 저항"이라고 하고, 상식과는 동떨어진 말로 억지를 쓰며 진실을 호도하려 한다. 자신들은 무슨 일을 해도 옳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내로남불과 일방통행 시리즈가 올해도 계속될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