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까지 기획재정부에서 근무하다 퇴직했다는 한 사무관이 30일 유튜브를 통해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민간기업인 KT&G 사장을 교체하려 했다고 폭로했다.

신재민 전 사무관은 유튜브에 올린 ‘뭐? 문재인정권 청와대가 민간기업 사장을 바꾸려했다고?!’라는 제목의 동영상에서 "제가 지난 5월 정부의 KT&G 사장 인사개입 의혹 보도를 촉발한 문건을 언론에 제보했다"고 밝혔다.

신 전 사무관은 자신을 2012년 행정고시 합격해 2014년부터 기재부에서 근무한 전직 사무관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기재부 국유재산조정과에 근무하다 지난 7월 퇴직했다고 했다. 이어 해당 문건을 언론에 제보한 뒤 공직생활을 계속 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퇴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문건은 KT&G 사장 선임과 관련한 정부의 대응방안을 담았다. 정부의 소유 지분이 없는 만큼 사장 선임 과정에 직접 개입이 불가능하고 KT&G의 2대 주주인 기업은행 지분을 통한 우회적인 방법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해당 문건은 당시 한 공중파 방송을 통해 보도됐다.

기재부는 당시 "해당 문건은 담배사업을 관리하는 출자관리과 담당자가 담배사업법 적용대상 기관인 KT&G의 경영현황 등을 파악하기 위하여 기업은행 등에 문의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KT&G 사장 인선을 압박하거나 사장인사에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 작성한 것이 아니다"는 내용의 해명자료를 냈다.

신 전 사무관은 그러나 "이 문건은 단순히 실무자가 작성한 것이 아니라, 차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청와대에서 KT&G 사장을 바꾸라고 지시를 내렸다. 그래서 기재부는 KT&G 제2대 주주인 기업은행에게 KT&G의 주주총회에서 ‘현 사장의 연임을 반대한다’라는 목소리를 내도록 했다"며 "그러다 보니 국가의 주주권을 행사하는 기재부가 나서서 이러한 지시를 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문건이 만들어졌고, 내가 MBC에 전달했다"고 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민간기업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천명했음에도 이렇게 했다"며 "청와대 지시라고 내가 직접 들었다. 더군다나 당시 KT&G 사장 인사에 대해 개입하려고 했던 상황에서, 민영화된 민간기업에 대한 관리 강화 방안을 모색해 보라는 지시도 있었다"고 전했다.

유튜브를 통해 청와대의 KT&G 사장 인사 개입 의혹을 폭로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당시 KT&G 사장 교체는 외국인 주주들의 반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는 KT&G가 민영화된 민간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는 청와대가 LG나 삼성의 사장 교체에 관여한 것과 다르지 않다"며 "게다가 사장 교체 과정에 국책은행인 기업은행까지 동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당 문건의 입수 경위에 대해 "당시 차관님 집무실에 보고를 하러 간 적이 있다. 차관님 집무실 옆 부속실에서 제 문서를 편집하러 갔다가 KT&G 관련 문건을 발견했다"며 "KT&G 사장 교체 건 말고 그 후에 서울신문 사장을 교체하려고 시도한 적이있다. 그 건과 관련해서 제가 직접 들었다. 청와대가 지시한 건 중에서 KT&G 사장 교체 건은 잘 안됐지만 서울신문 사장 교체 건은 잘 해야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KT&G 사장 인사에 개입하려던 상황에서 민영화된 민간기업에 대한 관리강화 방안을 모색해 보라고 (차관이) 그때 지시했다"고도 했다.

해당 문건을 언론에 제보한 이유에 대해선 "문건을 입수하고 만감이 교차했는데 공무원으로서 할 수 있는게 없었다"며 "최순실 박근혜 게이트 과정 보며 공무원으로 창피했다. 그런데 민간기업 사장을 교체하려 한 것이 지난 정권과 뭐가 다른지 사실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MBC 보도 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내려왔다. 누가 문건을 유출했는지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였다"며 "총리실에서도 왔다갔다. 우리 부서만 찍어서 감사를 하기도 했다"고 했다.

이어 "그런 과정을 보며 문건을 제보한 당사자로서 지켜보기가 너무나 괴로웠다"며 "KT&G 말고 이번 정권에서 몇 건 더 있다. 제 상식으로는 촛불시위를 거친 정부에서는 하면 안되는 것"이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