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의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 소속 김용남 전 의원이 26일 당 회의에서 문건을 공개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공공기관 및 정부 산하 기관장들의 정치 성향을 분류한 '블랙리스트'가 만들어졌다는 주장과 이를 뒷받침하는 정부(환경부) 문건이 26일 공개됐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정부 '적폐'와 결별하겠다고 했던 문재인 정부가 실제론 과거 관행을 그대로 답습했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정부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로 장난친 사람들에 대한 문책과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했었다.

◇"靑 특감반 '블랙리스트' 만들어 감찰에 활용"

청와대 특별감찰반 출신 김태우 수사관은 이날 "작년 중순쯤 이인걸 특감반장 지시로 경찰 출신 특감반원 A씨가 전국 330개 공공기관장과 감사 재직 유무와 임기 등을 엑셀 파일로 정리했었다"며 "공공기관 경영 정보 인터넷 사이트인 '알리오'에 나와 있는 정보를 일일이 받아 적느라 A씨가 밤을 새웠었다"고 했다. 김 수사관은 "엑셀 파일 작업이 끝난 이후 특감반원들은 각 기관장들이 어떤 당(黨) 출신인지, 보수 인사들과 친분이 있는지, 혹은 반대로 이번 정부 인사와 가까운지 등 세평(世評)을 조사해 '특이 이력'으로 함께 정리했다"고 했다. 김 수사관은 "특히 야당 쪽 인사들 위주로 '특이 이력'을 기입했었다"며 "주로 '새누리당 전문위원 출신' '박근혜 대선 캠프 출신' '전 정부 인사 추천' 등의 설명이 붙었다"고 했다.

김 수사관은 또 "이인걸 특감반장이 이 리스트를 보면서 특감반원들에게 '(현 정부 인사들을 위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며 "(특감반원들은) 전 정부, 보수 인사들에 대한 표적 감찰을 하라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블랙리스트'나 다름없었다"고 했다. 김 수사관을 포함한 특감반원들은 감찰 대상을 찾는 데 이 리스트를 중점적으로 참고했다고 한다.

한국당이 26일 공개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 문건. 문건에는 산하기관 8곳 임원 21명의 직위와 이름, 임기와 사퇴 상황 등이 자세히 적혀 있다. 한국당은 이를 “전 정부 관련 인사를 공직에서 배제하는 내용을 담은 ‘블랙리스트’ 문건”이라고 주장했다.

김 수사관은 "특감반에서 검찰에 복귀하기 직전까지 특감반원 전원과 특감반 서무 컴퓨터에 이 리스트가 다 저장돼 있었다"며 "이후 청와대가 이를 삭제했는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김 수사관 컴퓨터는 (김 수사관 검찰 복귀 이후) 포맷했다"고 했다. 김 수사관은 "리스트에 없는 여권 인사들에 대한 비위 첩보를 쓰다 보니 정권의 미움을 받은 것 같다"고도 했다.

◇野 "환경부도 블랙리스트 작성"… 靑 "모르는 일"

자유한국당도 환경부가 전(前) 정부 관련 인사 등을 공직에서 배제하는 내용을 담은 '블랙리스트' 문건을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한국당이 이날 공개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이라는 제목의 문건은 환경산업기술원,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등 환경부 산하기관 8곳의 임원 21명에 대한 사퇴 동향을 담고 있다. A4 한 장짜리 문서로, 양식은 정부에서 사용되는 방식이라고 한국당은 전했다.

문건엔 임원 21명의 직위와 이름, 임기가 기입돼 있다. 여기에 '사표 제출' '사표 제출 예정' '후임 임명 시까지만 근무' '반발' 등의 설명이 붙어 있다. '반발'이라고 적힌 임원들은 '현(現) 정부 임명' '새누리당 출신' 'KEI(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출신' 등이라고 적혀 있다.

문건 하단엔 특정 인사들에 대해 '최근 야당 의원실을 방문해 사표 제출 요구에 대해 비난하고 (환경부) 내부 정보를 제공한다는 소문' '안종범 전 경제수석이 본부장 임명에 도움을 주었다고 하나 현재는 여권 인사와의 친분을 주장' '새누리당 시의원 출신으로 직원 폭행 사건으로 고발돼 재판 진행 중'이라는 추가적인 설명도 적혀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사표 제출 요구에 반발하는 사람들의 약점을 열거해 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국당 '청와대 특별감찰반 진상조사단' 소속 김용남 전 의원은 "이런 식의 블랙리스트를 관리해 사람을 쫓아내고 자기 사람들 앉히는 작업이 얼마나 벌어졌는지 짐작하기 어렵다"며 "환경부 외 각 부서 전반에 걸쳐 블랙리스트가 있는지 확인해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인걸 특감반장까지 민정수석실 누구도 이 문건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