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차상위계층 지원 사업 추진 실태' 감사 보고서를 19일 발표했다. 차상위계층을 상대로 정부 부처가 벌이는 의료·생계·보육 등 각종 복지 사업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한 결과, 10억원 넘는 부동산을 보유한 자산가 82가구가 24개월 이하 영유아 양육 가구에 주는 기저귀·조제분유 구매 지원금을 타간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1500억원 넘는 자산을 가진 가구도 신청만 하면 차상위계층에게 주는 지원금을 타갈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빈곤층에게 돌아가야 할 세금이 엉뚱한 곳에서 줄줄 새고 있는 것이다.

차상위계층은 중위(中位) 소득의 50% 이하인 계층을 말한다. 전국적으로 144만명에 달한다. 세금을 넣어서라도 이런 빈곤층이 최소한의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건강한 사회다. 그런데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은 신청자의 소득·재산을 조사해 중위소득 50% 이하 여부를 가려야 하는데도 "조사에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 등으로 간이 방식인 건강보험료 납부액을 기준으로 대상자를 선정했기 때문이다.

이번 감사원 감사는 복지부 등 11개 부처의 13조원 규모 55개 지원 사업을 조사해 35개 사업에서 이 같은 문제를 발견했다. 현재 17개 부처가 실제로 진행 중인 107개 사업의 절반만 조사한 것이다. 정책 구멍이 훨씬 더 많은 곳에서 뚫려 있을 가능성이 높다. 무상 보육, 무상 급식 등 소득 수준에 관계없는 퍼주기식 복지 정책에는 골몰하면서도 정작 이보다 더 중요한 우리 사회의 빈곤 정책에 대해선 허술하기 짝이 없게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빈곤 대책을 소홀히 하는 정부는 제 기능을 잃어버린 거나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