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형 이동통신사이자 정보기술(IT) 기업인 소프트뱅크가 도쿄증권거래소 1부 상장 첫날인 19일 주가가 하락하며 ‘증시 데뷔전’에서 체면을 구겼다.

19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증시 기업공개(IPO) 사상 역대 최대 규모의 몸값을 자랑하며 도쿄증시에 상장한 소프트뱅크가 공모가인 1주당 1500엔(약 1만5000원)보다 낮은 1463엔(약 1만4600원)으로 거래가 시작됐으며 종가는 1282엔(약 1만2800원)으로 공모가 대비 14.5% 하락했다.

2018년 12월 19일 1200엔 대에 거래를 마친 소프트뱅크.

거래 종료 후 미야우치 켄 소프트뱅크 사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진지하게 받아들여 여기를 출발점으로 기업 가치 향상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미야우치 사장은 또 부진한 통신 시장과 관련, "크게 성장하지는 않지만 시장은 꾸준히 있다"고 했다. 주주환원을 강조하기도 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이를 두고 시장전문가는 중국 화웨이 사태와 관련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가 사실상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업체를 통신기기 조달 업체에서 배제하기로 하면서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소프트뱅크의 설비투자 비용이 앞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기 때문이다. 일본 증권 관계자는 소프트뱅크의 부진한 출발을 두고 니혼게이자이에 "시장이 좋지 않은데다 사고(화웨이 사태)가 있어 어려웠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소프트뱅크 측은 일본 정부의 지침처럼 화웨이 등 중국 장비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날 미야우치 사장은 "정부의 지침을 파악하겠다"면서 "핵심 부분은 유럽 업체로 바꿀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지만 경솔하게 일을 처리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미야카와 준이치 소프트뱅크 부사장도 "(소프트뱅크가) 8년 정도 화웨이 통신 장비를 도입해 운용하고 있다. (화웨이의) 기술력이 대단히 좋고 계속 이용하고 싶지만 일본 정부의 방침에 따르겠다"고 했다.

소프트뱅크 상장 기념식에서 사용한 상장 기념 나무망치.

소프트뱅크의 대규모 통신 장애와 휴대전화 업계를 둘러싼 일본 정부의 압박도 소프트뱅크 주가에 악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소프트뱅크는 상장을 앞둔 지난 6일에 통신장비에 문제가 생겨 대규모 통신 장애를 일으켰다. 또 일본 정부는 휴대전화 업계를 상대로 통신 요금 인하 압박을 해왔다.

앞서 소프트뱅크그룹은 전체 주식의 37% 정도를 증시에 내놓았다. 소프트뱅크그룹이 시장에서 조달한 금액은 2조6000억엔(약 26조원)으로, 이는 1987년 상장한 NTT를 웃도는 사상 최대 규모다.

종가를 기준으로 한 소프트뱅크의 시가총액은 6조1300억엔(약 61조4000억원) 규모로, 올해 상장 기업으로는 최대 규모지만 도쿄증시 1부에선 열 번째 규모에 해당한다. 이날 시작 가격을 기준으로 한 시가총액(7조35억엔)과 비교하면 9000억엔 가깝게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