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의 관광 펜션에 투숙한 고교생 10명이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숨지거나 크게 다치는 사고가 벌어졌다.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피해자들이 발견 당시 구토를 했고 사고 현장 일산화탄소 농도가 정상치의 8배 가까웠던 걸로 봐선 가스 누출 등 안전사고 가능성이 높다. 변을 당한 학생은 모두 대입수능시험을 마치고 체험학습차 강릉에 여행 온 서울의 고교 3학년생들이라고 한다. 너무 안타까워 말을 잊는다.

주말이나 휴일을 이용해 여행을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관광지 펜션·민박이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안전 관리나 준법 의식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 올해 정부가 전국의 농어촌 민박 2만1000여 곳의 운영 실태를 전수조사했더니 4곳 중 1곳에서 무단 용도 변경·미신고 영업 등 불법 사항이 적발됐다. 캠핑 붐을 타고 급증한 캠핑장의 경우 5곳 중 1곳은 안전 진단 불합격 판정을 받았고, 300곳이 등록도 하지 않고 무단 영업을 하고 있었다.

인명 사고도 이어지고 있다. 2014년 전남 담양의 펜션 바비큐장 폭발로 투숙객 4명이 숨졌고 그 이듬해엔 강화도 캠핑장 화재로 5명이 희생됐다. 무허가이거나 값싼 가연성 소재로 지어 올린 시설들이었다. 2013~2017년 캠핑장 안전사고 사망자가 29명, 부상자가 44명에 달한다고 한다. 정부는 사고가 날 때마다 단속을 벌이고, 안전 기준을 강화한다고 법석을 떨었지만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번 사고 펜션도 올 7월 영업신고 당시 당국이 안전·위생 점검을 했지만 이런 사고가 났다.

근래 몇 달 걸러 한 차례씩 대형 사고가 발생하고 최근 들어선 그 주기가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다중 이용시설 화재부터 유치원 건물 붕괴, 심지어 저유소 폭발까지 있을 수 있는 사고란 사고는 다 일어났다. 바다 낚싯배가 전복됐고, 땅밑 통신구에선 불이 나고 온수관이 터졌는가 하면 땅 위에선 KTX 열차가 탈선해 참극이 날 뻔했다. 어느 곳 하나 안전한 곳이 없고 사람 목숨이 운(運)에 달렸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세월호 사고 이후 우리는 바뀐 것이 무엇인가. 안전한 나라는 요원한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