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녹화 영상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방범카메라가 일상 곳곳에 침투하고 있다.

최근엔 독서실 총무가 방범카메라로 학생들을 실시간 감시해주는 일명 '프리미엄 독서실'이 등장했다. 월 20만원대로 일반 독서실보다 서너 배가량 비싸지만 학생이 딴짓하지 못하게 막아준다는 점에서 부모들 관심이 뜨겁다. 고등학교 2학년 고모(17)군은 시험 기간마다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프리미엄 독서실에 등록한다. 고군이 독서실에 들어가면서 휴대폰을 반납하면 독서실 총무가 고군의 입실 사실을 부모에게 문자로 알린다.

이때부터 고군은 천장에 달린 방범카메라의 감시를 받는다. 고군이 책상에 엎드려 자거나 딴짓을 하면 실시간 영상을 보고 있던 독서실 총무가 내려가 경고 조치를 한다. 고군이 잠시 외출을 할 때도 부모에게 문자 메시지가 전송된다.

고군은 "시험 기간에는 자리가 없을 만큼 인기"라며 "이런 환경이 갑갑하기도 하지만 공부하는 분위기를 만들려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독서실 관계자는 "방범카메라로 실시간 감시하면 아이들이 공부 외에 다른 일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부모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얼마 전엔 주인이 방범카메라를 통해 독서실 전체를 스마트폰으로 감시하는 '무인 독서실'도 생겼다.

맞벌이 부모들은 집 안에 방범카메라를 설치해 자녀를 감시하기도 한다. 5만~6만원이면 스마트폰과 연결되는 가정용 방범카메라를 구입할 수 있다. 이 문제로 중학교 2학년인 김모(14)양은 엄마와 다퉜다. 김양은 "엄마는 '강아지를 돌보려고 집에 방범카메라를 설치했다'고 했지만 아무래도 나를 감시하는 용도 같았다"고 했다.

실제 김양의 엄마는 외출해서도 스마트폰으로 방범카메라 화면을 수시로 확인하며 딸에게 "왜 공부 안 하냐" "책상에 가서 앉아 있어라" 등의 잔소리를 했다. 김양의 엄마는 "맞벌이를 하기 때문에 이렇게라도 사춘기 자녀를 돌보려고 한 것"이라고 했다.

방범카메라를 감시용으로 쓰는 경우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다. 영업주가 물건 도난 방지를 위해 설치한 가게 방범카메라로 아르바이트생을 감시하는 일이 대표적이다. 한 카페 아르바이트생 이은미(27)씨는 "저를 감시하면서 수시로 전화를 걸어대는 주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음료를 만들고 나면 '손이 느리다. 더 빨리 움직이라'고 하거나 화장실에 가느라 자리를 비우면 '어딜 갔느냐'며 찾는다"고 했다. 서울의 한 편의점 점주는 "방범카메라를 꼭 보안 용도로만 써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며 "간혹 불성실한 아르바이트생에게 업무 지적을 할 때 활용할 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