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이 직무 범위를 벗어난 감찰 활동을 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감반 소속이었던 김태우 수사관이 작성했던 첩보 보고서 목록에는 전직 총리 아들, 전직 관료의 비트코인 투자 현황이나 민간 은행장 동향 등이 담겨 있다. 특감반은 고위 공직자와 공공기관 등에 한해 비리 관련 감찰 활동을 하도록 돼 있다. 순수 민간인인 전직 총리나 전직 관료, 민간 은행장은 특감반의 감찰 대상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정보 감찰 기관의 불법 정보 수집을 막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문 대통령은 또 지난 7월 기무사령부가 세월호 유족을 사찰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인도 순방 중 현지에서 독립 수사단을 꾸려 진상을 밝힐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그 일로 결국 사람이 목숨을 끊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에서도 민간인 사찰이 이뤄졌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특감반은 또 '외교부에서 민감한 정보가 유출되니 특별 감찰을 하라'는 지시를 받고 외교부 간부의 휴대폰 등을 조사했지만 유출 정황이 나오지 않자 당사자의 사생활 문제점을 조사했다. 이후 이 간부는 해외 발령이 났다. 청와대는 고위 공직자는 사생활도 감찰 대상이라며 문제가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공직자의 사생활이 문제라서 조사한 것이 아니라 정권을 곤경에 빠뜨린 정보 유출을 뒤지다 관련 혐의점이 없자 사생활까지 캔 것이다. 야당 시절 검찰의 별건 수사를 그토록 비판했던 정권이 자신들도 특정인을 표적 삼아 별건 감찰까지 한 셈이다. 이것은 인권유린이다.

특감반 김태우 수사관이 제기한 의혹은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공직비서관실 박관천 행정관 사건과 놀랄 정도로 닮았다. 당시 박 행정관이 청와대의 문고리 3인방이 비선 실세로 알려진 정윤회씨와 주기적으로 접촉했다는 동향 문건을 작성했는데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박 대통령이 "지라시에나 나오는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한 것과 마찬가지로 지금 청와대는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을 흐린다"는 반응이다. 박근혜 정부가 박 행정관의 문건 유출을 문제 삼아 구속했던 것처럼 문재인 정부 역시 김 수사관에 대해 법적 조치를 말하고 있다. 감옥에 넣겠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검찰은 박관천 문건을 근거 없는 것으로 결론지었지만 나중에 보니 문건 속 비선 실세의 이름만 최순실로 바꾸면 크게 틀리지 않는 내용이었다. 만일 그때 박근혜 정부가 다른 길로 갔거나 검찰이 제 역할을 했으면 훗날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은 물론 대통령 탄핵 역시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궁금한 것은 문 대통령이 당시는 야당의 비상대책위원으로서 "국기 문란은 남이 한 게 아니라 청와대 비서실이 한 일"이라고 했는데 이번 특감반 의혹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