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특감반)이 직무 범위를 벗어나 민관(民官)에 대한 감찰이나 정치 관련 정보 수집을 해왔다는 의혹이 16일 제기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정보·감찰 기관의 불법 정보 수집을 막겠다고 공약했고, 작년 취임 직후엔 국정원의 국내정보담당관(IO) 제도를 폐지했었다.

특감반 '비위 의혹'으로 검찰에서 감찰 조사를 받고 있는 김태우 수사관은 이날 특감반원 시절 자신이 작성했다는 '첩보 보고서' 목록을 본지에 보내왔다. 김 수사관은 "내가 작성해 상관에게 보고한 것들"이라고 했다. 이 파일엔 전직 총리 아들의 개인 사업 현황, 개헌(改憲)에 대한 각 부처들의 동향, (민간)은행장 동향 등 특감반의 업무와 관련 없는 보고서들이 상당 부분 포함돼 있었다. 전직 총리나 민간은행장은 순수 민간인으로 특감반의 감찰 대상이 아니며, 부처 동향 파악도 직무 범위 밖이다.

대통령비서실 직제에 따르면 특감반은 고위 공직자와 공공기관·단체의 장(長) 및 임원, 대통령 친·인척 등에 한정해 비리 관련 감찰 활동을 하도록 돼 있다. 민심 동향 및 분석은 민정비서관실이 하도록 돼 있다.

이에 대해 김 수사관은 "고위 공직자 첩보 외에도 매일 첩보 활동을 하면서 들었던 정보나 동향들을 A4 용지 한 장짜리에 정리한 '일일 보고'를 제출하는 것이 관례였고, 이번 정부에서도 그 관행이 이어졌다"고 했다. 김 수사관은 박근혜·이명박 정권 때도 청와대 특감반에서 근무했었다. 그는 "다만 (내 보고서가) 청와대 민정 라인 어디까지 보고가 됐는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또 김 수사관은 "작년 말 청와대 민정 고위 라인으로부터 '외교부에서 민감한 정보가 계속 언론에 유출되니 특별 감찰을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나를 포함한 상당수 특감반원은 두 달 가까이 서울 외교부 청사를 오가면서 외교부 실·국장들을 상대로 '언론 유출 경위'를 조사했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는 감찰 명분으로 일부 간부의 사생활 문제까지 조사·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현장을 뛰는 감찰반원들이 다양한 정보를 취합할 수 있지만, 보고 과정에서 불법적이거나 권한을 넘어선 보고들은 폐기되거나 차단했다"며 "일부 문제가 되는 보고들에 대해선 '더 이상 취합하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정부의 국정 농단 사건을 거울삼아 수사, 감찰, 인사 검증의 구분을 명확히 하고 법에 근거해 활동해 왔다"며 "개헌 동향은 민정비서관실 업무에 대한 지원이고, 외교부 간부 조사는 특감반 고유 업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