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 '김정은 서울 방문 기념 특별 대담'서 北 찬양 발언 쏟아내
김정은을 세종대왕·이순신 장군에 비교
"남한은 이렇게까지 존경스러운 사람 경험해본 적 없다" 발언도
인권탄압·권력 3대 세습엔 北 선전 논리 그대로 전달

"우리 사회(대한민국)는 이렇게까지 존경스러운 사람(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경험해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2014년 '종북 콘서트' 논란을 일으켰던 황선(44)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이 지난 14일 열린 '김정은 국무위원장 서울 방문 기념 특별 대담:북한 지도체제에 대한 이해와 오해'에서 '김정은 찬양'과 '북한 체제 옹호'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국제 사회와 약속을 깨고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한 김정은을 우리 역사의 대표적인 '위인'인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에 비유했다.

‘특별대담’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서울방문 평화이음 환영위원회’라는 단체가 주최했다. 이 단체는 황씨가 이사로 있는 민간단체 ‘평화이음’ 주도로 9개 단체가 모여 지난달 23일 출범했다. 대담엔 황씨와 함께 북한 정치학 박사인 김광수씨가 참여했다. 김씨는 이적단체 확정 판결을 받은 한국대학생총학생회연합(한총련) 2기 정책위원장 출신으로, 현재 통일부 통일교육위원을 맡고 있다. 서울 당주동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이날 행사엔 청중 50여 명이 자리를 채웠다. 특히 ‘김정은 찬양’ 논란이 제기됐던 ‘백두칭송 위원회’와 ‘위인맞이 환영단’ 등 ‘김정은 방문 환영’ 단체 관계자들도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4년 12월 11일 황선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이 ‘신은미·황선 통일 토크콘서트’ 관련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정은,세종·이순신에 비유… "세습이 아닌 옹립" 北 논리 그대로 전달
황씨는 대담에서 김정은을 세종대왕·이순신에 비유했다. 김정은이 세종 때 만들어진 로켓 추진 화살 '신기전'(神機箭)처럼 ICBM을 만들어 이순신처럼 외세(미국)에 맞섰다는 취지다.

황씨는 "이순신 장군은 일본·외세에 맞서 나라를 지키려고 거북선을 백성과 함께 만들어 (지금) 엄청나게 찬양한다. 세종대왕도 ‘신기전’을 만든 것이 큰 업적이라고 한다"며 "지금으로 말하면 (김정은이 개발한) ICBM"이라고 했다. 이어 "이것(ICBM)을 만든 것을 굉장히 큰 업적이라고 하는데 이 시대를 과연 몇백 년 후에 역사서는 뭐라고 기록할 것인가"라며 "통일을 위한 두 분 정상(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의 행보는 과연 위인의 행보로 남을 것인가 말 것인가는 생각해보면 너무나 이야기할 것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위대한 시대에 위대한 인물들과 역사적 순간을 살고 있어 놀랍다"고 했다.

이에 김씨도 "미국이 북과 정상회담에 응한 것은 북이 핵과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ICBM을 가졌기 때문"이라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고, 전쟁의 두려움에서 벗어날 계기를 김정은 위원장이 해냈다. 그래서 위인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체제를 옹호하는 발언도 쏟아졌다. 황씨는 "북한에 대해 ‘우상화’나 ‘세습’을 따지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일 수 있다. 인민이 바라는 것을 완수해내는가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상화 비판에 대해 "우리 사회에서는 이렇게까지 존경스러운 사람(김정은)을 경험해본 적이 없지 않으냐"며 "그러다 보니까 우리가 비교할 수 있는 것은 사이비 종교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김씨 일가의 3대 세습에 대해서는 ‘수령 옹립(擁立)’이라는 북한식 논리를 그대로 전달하며 옹호했다. 그는 "1998년 방북(밀입북)했을 때 북의 친구한테 당돌하게 ‘세습왕조라는 비판에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봤다"며 "그 친구는 ‘1994년 김일성 주석이 서거하고 나라가 어려웠는데, 이분(김일성)이 아니면 국가가 쓰러졌을 수도 있다. 가장 능력 있는 사람이 지도자를 하는 게 맞지, 누구의 아들이어서 안 된다는 건 정치의 중요성을 무시하는 거다. 우리는 세습이 아니라 아래로부터 인민이 옹립한 것’이라고 얘기하더라"라고 소개했다.

북한이 최악의 인권탄압국으로 평가받는 것에 대해서도 1998년 밀입북 경험을 얘기하며 북한의 선전 논리를 반복했다. 황씨는 "북의 친구에게 인권에 대해 물었더니, ‘무상 의료, 무상 주택, 무상 교육도 못하는 나라(남한)가 무슨 인권을 이야기하냐’라고 말해서 ‘아, 그런가’ 했던 적이 있다"고 했다.

황씨는 김정은 집권 후 최악의 인권탄압 사례로 평가받는 고모부 장성택 처형에 대해서도 "장성택의 죄명 중 가장 알려진 것은 중국에 석탄을 헐값에 팔았다는 것인데 최고권력자의 측근이고 인척 관계라고 해서 그런 매국행위를 봐주는 게 맞는가"라며 "우리가 정유라-최순실 사건에서 (최순실의) 딸이 그렇게 대학에 가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적이면서 북에서 친인척을 엄단하는 것은 매우 잔인한 정치적 행위로 해석하는 것은 ‘내로남불’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황씨는 북한에선 선거가 요식 행위에 지나지 않다는 비판에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가 시작이라면 북에선 마무리다. 북에선 많은 논의 후 최종적인 결론을 선거를 통해 확인한다"며 " 그래서 99.9%의 찬성이 나온다"라는 논리를 폈다.

14일 저녁 서울 종로구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김정은에 대한 대담에서 황선(사진 왼쪽)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이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광수 박사.

김씨는 북한의 경제 시스템을 자본주의 체제로 환산하면 주민들이 생활 수준이 낮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은 주택과 의료, 교육을 무상으로 주민에게 제공한다. 이것을 국민총소득(GNI) 산출할 때 넣으면 적어도 (북한 주민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달러는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말을 들은 황씨는 "정말 좋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북한 지도체제에 대한 이해와 오해’ 대담 홍보 포스터.

'평양 원정출산' 논란…'백두칭송' 시도 써
황씨는 1998년 8월 한총련 대표로 평양에서 열린 '8·15 통일 대축전'에 참가하기 위해 정부 승인 없이 방북했다. 그해 11월 판문점을 통해 귀환했고,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와 회합·통신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황씨는 2005년 ‘아리랑 축전’을 관람하겠다며 만삭의 몸으로 평양에 갔다가 그 해 10월 10일 평양산원에서 딸을 낳았다. 이날이 조선노동당 창당 기념일이어서, 일부러 그날에 맞춰 출산했다는 ‘평양 원정 출산’ 논란이 일었다. 2014년 11~12월엔 재미교포 신은미(57)씨와 개최한 ‘토크 콘서트’에서 북한 체제를 미화했다는 ‘종북 콘서트’ 논란이 제기됐다. 이후 황씨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16년 2월 법원은 황씨에게 2010년 이적(利敵)단체인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행사에서 사회를 맡아 한 발언과 이 자리에서 ‘평양으로 가자’ 등의 자작시(詩)를 낭송한 것을 유죄로 판단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지난달 18일 백두칭송위원회가 연 ‘꽃물결’이라는 예술 공연에서는 황씨가 쓴 시(詩) ‘백두칭송’이 낭독됐다. 이 시는 북한의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에 소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