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 1월 재일교포 북송(北送) 사업으로 북한으로 건너갔던 탈북자 5명이 김정은 정권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이 일본에서 처음으로 열린다.

지난 8월 일본에서 이 소송을 제기한 탈북자 가와사키 에이코(川崎榮子·76)씨는 14일 전화 통화에서 "도쿄지방재판소가 북한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변호인단에 관련 자료에 대한 추가 제출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가와사키씨는 "일본에서 북한 정권에 대한 손해배상 재판이 시작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탈북 후 일본 국적을 취득한 가와사키씨를 비롯, 탈북자 5명은 "북한이 '지상 낙원'이라고 속인 '귀환 사업'에 참가해 인권을 억압당했다"며 북한에 총 5억엔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가와사키씨 등은 1960~ 1970년대 북한으로 건너갔다가 2000년대 탈북 후 일본에 정착했다. 이들은 소장(訴狀)에서 북한에서 충분한 식량을 배급받지 못했으며 출국을 금지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전에 재일교포 탈북자가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당시는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기각됐었다.

이번 소송은 일본의 재판권이 외국 정부에 미치는지 여부와 시효(時效) 문제를 재판부가 어떻게 판단할지가 관건이었다. 원고 측은 일본에서 2009년 제정된 '대(對)외국 민사(民事)재판권법'에 의해 미승인 국가인 북한은 외국에 해당하지 않고, 북한이 속임수를 써서 데려간 후 출국을 허락하지 않은 것은 일종의 납치이기에 민법상 불법행위 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일본의 재판부는 원고 측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보고 정식 재판을 열기로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1959년부터 1984년까지 진행된 북송 사업을 통해 일본인 처(妻)를 포함, 9만3000여명이 북으로 건너갔다. 이 중 탈북해 일본으로 돌아온 이들이 수백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이번 재판이 정식으로 시작될 경우 유사한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