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4일 경제 부처를 중심으로 차관급 16명 인사를 단행했다. 기획재정부 1차관에 이호승(53) 청와대 일자리기획비서관, 행정안전부 차관에 윤종인(54)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상임위원,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에 김용삼(61) 국민체육진흥공단 전무이사를 임명했다. 또 기재부 2차관에는 구윤철(53) 기재부 예산실장, 국토교통부 1차관에 박선호(52) 국토부 국토도시실장을 기용했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에 문미옥(50)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에 김학도(56)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인사혁신처장에는 황서종(57) 소청심사위원회 상임위원을 발탁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경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역동적 정부를 만들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며 "역동적 정부를 통해서 국민이 성과를 체감해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담겨있다"고 했다.

차관급 16명 중 3명은 문 대통령과 1년 이상 청와대에서 일한 청와대 참모 출신이다. 이호승 기재부 1차관은 일자리비서관, 차영환 국무조정실 2차장은 경제정책비서관이었고 문미옥 과기부 1차관은 과학기술보좌관을 지냈다. 지난 9월 청와대 통상비서관에서 승진한 이태호 외교부 2차관을 포함하면 청와대의 부처 장악력은 이전보다 강해졌다.

이날 인사를 두고 관가에서는 대체로 "될 사람이 됐다"는 평가가 많다. 2기 경제팀이 정책으로 성과를 내야 하는 만큼, 민간 출신이나 깜짝 발탁 인사보다 업무 능력과 성향을 검증받은 관료 출신을 주로 선택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번에도 코드 인사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 인물이 이호승 신임 기재부 1차관이다. 거시 경제정책 실무를 챙기며 성장한 정통 관료 출신의 이 1차관은 청와대 일자리비서관으로 현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을 담당해 왔다. 문미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은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으로 탈(脫)원전에 앞장섰다. 예산과 재정을 총괄하게 된 구윤철 기재부 2차관은 부총리와 정권 실세들의 신임이 남다르다고 한다. 구 차관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인사비서관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7년 넘게 한직(閑職)을 떠돌다 3년 전 기재부 예산실에 국장으로 복귀했다. 부동산 정책을 주도할 박선호 신임 국토교통부 1차관은 주목도 높은 주택과 국토 분야에서 팀장과 과장, 국장, 실장을 지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초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정책실장 등 경제 진용을 현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김수현 정책실장으로 교체했다. 연이어 기재부 1, 2차관을 모두 교체한 것은 경제 상황 악화에 따른 문책성 인사이자 '김동연 라인' 교체로 해석됐다.

이날 인사를 포함해 문 대통령의 연말 일정 중 경제 비중이 계속 커지고 있다. 고용 지표 등 경제 성적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내년 경제 전망조차 불투명해지면서 경제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오는 17일엔 취임 이후 처음으로 확대 경제 장관 회의를 주재하기로 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 조절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 근간인 소득 주도 성장 자체를 수정할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날 인사처럼 시장과 경제 부처의 자율성보다는 청와대가 주도하는 '하향식' 경제정책 운용을 고수한다면, 내년도 경제정책의 변화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