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전국 광역단체 17곳 중 여덟 곳에서 신생아 수가 사망자 수를 못 따라잡아 인구가 자연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급속한 고령화로 인구가 감소하는 현상이 도미노처럼 번지는 것이다. 전쟁도 기근도 없었는데 이런 식으로 인구가 줄어드는 건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이다.

10일 본지가 통계청의 올해 1~9월치 출생·사망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국 17광역단체 중 부산·경남·충북·충남에서 사망자 수가 신생아 수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까지만 해도 같은 현상이 일어난 광역단체는 전남·전북·강원·경북 등 네 곳이었다. 불과 1년 만에 자연 감소 현상이 벌어지는 지역이 두 배로 늘었을 뿐 아니라, 농어촌이 아닌 대도시 부산까지 포함된 것이다.

인구 전문가인 이삼식 한양대 교수는 "10월 이후에도 출산율은 올라갈 기미가 없고, 사망자만 계속 늘고 있다"면서 "연말까지 이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분석에 따르면, 전국 10도(道) 중 경기·제주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출생보다 사망이 많았다. 전국 6대 광역시는 올해 부산을 시작으로 인구 감소가 번져나갈 전망이다. 특히 대구와 광주는 올해 1~9월 각각 600명, 1300명 차이로 신생아 수가 사망자 수를 간신히 앞서갔다. 통계청은 전국 모든 시·도에서 올해 합계 출산율이 작년보다 내려갔다고 지난달 집계했다. 올해 합계 출산율은 0.9대가 확실시된다. 합계 출산율은 여성 한 명이 평생 낳는 아이 수를 가리킨다.

신생아 수가 올해 32만명대에서 2020년 33만명대로 올라가지 못하면, 후년인 2020년부터 대한민국 전체 인구가 자연 감소할 전망이다. 통계청은 지난 2015년 "2029년부터 인구가 자연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실이 정부 예측을 9년 앞질러간 것이다.

인구 자연 감소는 노인은 많은데 새로 태어나는 아이는 없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2013년 전남을 시작으로 2014년 강원, 2015년 전북·경북에 확산됐다.

이때만 해도 모두 농어촌 지역이었는데, 올해는 광역시 중 처음으로 부산이 이 대열에 합류했다. 부산은 지난해 신생아가 사망자보다 46명 더 많아 간발의 차로 인구 자연 감소를 면했지만 올해 1~9월 사이엔 사망자가 신생아를 1600명 웃돌았다. 경남·충남·충북도 같은 패턴을 보였다.

이들뿐 아니었다. 본지가 올해 1~9월 통계청 인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나머지 지역도 인구 자연 감소는 '시간문제'였다. 우선 대구와 광주에서 각각 내년과 후년에 자연 감소가 시작될 전망이다. 이후 다른 대도시도 울산, 인천, 대전, 서울, 세종 순으로 같은 처지가 될 듯하다.

도(道) 지역은 더하다. 특히 인구 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지역이 경남이다. 출생이 사망을 못 따라가 인구가 자연 감소하더라도, 경기가 좋아 외부 인력이 들어오면 전체 인구가 유지된다. 그런데 경남은 그마저 끊겨 올해 처음으로 자연 감소 현상과 전체 인구 감소 현상이 동시에 나타났다. 대표 산업인 조선업 불황으로 거제·창원 등지에서 실직자가 대거 발생해 외지로 떠난 탓으로 보인다.

문제는 지역별로 자연 감소 폭이 매년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경북은 작년에 3321명이 줄었다. 2016년 감소 폭(362명)의 9배가 넘는다. 강원은 8배(2014년 342명→작년 말 2587명), 전남은 5배(2013년 931명→작년 말 4494명), 전북은 2배(2016년 1364명→작년 2947명)로 감소 폭이 커졌다. 그와 동시에 나라 전체 신생아 수와 사망자 수의 격차도 2010년 21만명에서 올해 3만명 수준으로 급격히 좁혀졌다.

이 같은 인구 감소 도미노는 우리 사회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조영태 서울대 교수는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단순히 노동력만 모자란 게 아니라, 소비가 줄어 지역 경제 전체가 급속도로 위축된다"고 했다. 대도시 구도심이 공동화(空洞化)하고, 농어촌은 1개 면(面)에 학교 한 개를 유지하기도 벅찬 상황이 코앞에 닥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