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난 김동연 경제 부총리가 퇴임사에서 "국민들께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인기 없는 정책을 펼 수 있는 진정한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옳은 말이고, 지금 우리 경제에 가장 절실한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알면서도 1년 반 넘게 소득 주도 성장론, 세금 퍼주기 복지 같은 포퓰리즘 정책으로 치닫다가 떠날 때가 돼서야 마치 남의 얘기 하듯 한다. 취임사에서 했어야 할 말들을 퇴임사에서 했다.

이 정부는 세금 퍼부어 환자에게 설탕물을 주는 포퓰리즘 정책을 하루가 멀다고 쏟아냈다. 심지어 국민연금은 보험료를 안 올리고 지급액은 더 늘리는 '마술'을 부리겠다고 한다. 언젠가는 나라에 감당하지 못할 구멍이 생길 테지만 다가오는 선거에만 이기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대신 인기 없는 노동 개혁은 전부 후퇴시켰고, 이익집단 반발이 있는 규제 개혁은 하는 시늉만 했다.

김 전 부총리는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은 경제에서 정치적 의사결정의 위기를 극복해야만 가능하다" "기득권을 허물지 않고서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 "시장의 가장 큰 적(敵)은 불확실성"이라고 했다. 정부의 경제 실정 이유를 정확하게 짚었다. 이 퇴임사를 누구보다 열심히 읽어야 할 사람은 신임 홍남기 경제부총리다. 그는 기업과 시장에 귀를 열겠다고 했고,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의 필요성도 인정했다. 대중(大衆), 노조, 시민단체, 이익집단 등이 반발하는 인기 없는 정책을 밀고 나갈 진정한 용기를 발휘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