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견지동의 '이문설농탕'과 전남 나주 '하얀집'의 업력은 100년이 넘는다. 이문설농탕의 개업 연도는 1904년, 하얀집은 1910년이다. 100년 넘은 노포(老鋪)가 많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드문 사례다. 1920년 문을 열어 곧 100년이 되는 경기도 안성의 '안일옥' 역시 '우탕(牛湯)'을 전문으로 하는 국밥집이다. 국밥로드에 국밥의 역사를 간직한 노포를 빼놓을 수 없다. 100년의 세월과 내공이 담긴 국밥 한 그릇부터 맛보시라.
이문설농탕: '설농탕'이라는 옛 이름처럼 고전적인 서울식 설렁탕을 맛볼 수 있다. 가마솥에서 사골을 17시간 푹 삶은 뒤 기름을 말끔히 걷어낸 뽀얀 국물은 맑고 담백하다. 요즘 설렁탕과 비교하면 국물이 연하고 간이 심심하지만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설렁탕은 밥을 토렴해 소면과 머릿고기, 양지, 우설, 만하 등의 편육을 올려준다. 다른 설렁탕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혀끝과 소의 비장 부위인 만하(지라)는 꼭 맛보길 권한다.
하얀집: '나주곰탕'의 진수를 만날 수 있다. 전주와 함께 호남에서 가장 큰 도시였던 나주에선 일찍이 곰탕이 발달했다. 살코기로 국물을 내는 곰탕은 설렁탕과 달리 국물이 투명하고 깔끔한 게 특징이다. 매일 새벽 3시부터 가마솥에 붙을 켜고 나주 한우의 양지와 목심, 사태 등으로 육수를 낸다. 주방이 오픈돼 있어 가마솥에서 끓고 있는 국물, 밥을 토렴해주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다. 밥 위에 고명으로 살코기 외에 달걀 지단, 파, 고춧가루를 올리는데 곰탕 한 그릇에 오방색이 담긴 셈이다.
안일옥: 전국에서 손꼽히는 큰 우시장이 있었던 경기도 안성에서 장터 국밥으로 시작했다. 설렁탕과 곰탕, 소머리국밥, 내장곰탕, 갈비탕, 꼬리곰탕 등 메뉴가 다양하다. 예전엔 메뉴를 따로 구분하지 않고 모두 우탕이라고 불렀다. 사골로 우려낸 우탕의 육수는 기본적으로 같고 메뉴마다 곁들여내는 고기가 달라진다. 담백하고 깔끔한 국물이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