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이 만든 베스트셀러가 출판 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29일 예스24 종합 베스트셀러 1위, 교보문고 2위에 오른 조던 피터슨(56) 토론토대 심리학과 교수의 자기계발서 '12가지 인생의 법칙'(메이븐)은 '2030 여성의 지갑을 열어야 팔린다'는 베스트셀러의 공식을 깼다. 성기훈 메이븐 기획팀장은 "남자 62%, 여자 38%로 남성 구매자 비율이 더 높고 특히 30대 비율이 높다. 전 세계적으로 피터슨 독자는 20~30대 남성"이라고 했다. 책은 출간 한 달 만에 7만5000부 팔렸다. 미국, 캐나다, 영국에선 올 초 출간돼 200만부 판매됐다. 조던 피터슨은 유튜브 채널 구독자가 160만 명이 넘고, 누적 조회 수가 7670만 회에 달하는 '스타 학자'. 유럽 북투어 중인 그를 이메일로 만났다.

―책에서 젊은 남성들을 옹호했다. '가부장제 혜택을 누리는 수혜자로서 그들의 업적은 노력하지 않고 얻은 것으로 치부된다'고도 썼다.

"'억압적이고 독재적인 가부장제'라는 말이 현대 문화의 가장 큰 특징이란 아이디어는 구태의연하다. 현대 서구 사회는 역사적으로 가장 자유롭고 관용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여성들에겐 비할 데 없는 기회가 주어지고, 기회를 보장하려는 노력이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시행되고 있다. 포스트 모더니즘적 관점에서 보면 인간의 역사는 인종적, 민족적, 성적으로 다른 집단적 정체성을 지닌 사람들 간의 전쟁이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전부터 남성과 여성은 협력하며 역경에 분투해 왔다. 이를 가부장적 폭압과 지배로 바꿔 말하는 건 지적 범죄다. 모든 남성적인 것이 독재적이고 억압적인 것과 연관돼 있는 세상에서 어떻게 남성성이 솔직 담백하게 발휘될 수 있나? 현재 상황은 남성의 분노와 약함을 부추길 뿐이다."

―책에서 최상급 로펌에 소속된 여성 변호사는 대부분 30대에 퇴사한다며, 여성들이 로펌을 떠나는 이유는 '일과 삶의 균형'을 원해서이지 회사가 여성의 성공을 막은 탓이 아니라고 했다.

"로펌이 힘든 건 남성 중심 환경 때문이 아니다. 로펌 일이 매우 어렵고, 경쟁이 극심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삶의 의미를 커리어가 아니라 가족에서 찾는다. 똑똑한 여성 상당수가 30대에 이르러 더 균형 있는 삶을 살기로 결정하는 것이 왜 놀라운 일인가?"

학생들과 함께한 피터슨(가운데) 교수. 그는 “인생은 고통이고 악(惡)으로 더럽혀져 있지만 사랑, 믿음, 진실, 용기가 고통과 악의 접근을 막는 무기가 된다”고 했다.

―요즘 한국에서는 '열심히 살지 않아도 괜찮아' 유의 책들이 사랑받고 있다. 당신은 '쉬운 길이 아니라 의미 있는 길을 선택하라'며 독자들을 다그친다.

"나는 인간이란 근본적으로 짐을 지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믿는다. 존재론적인 짐을 있는 그대로 짊어지는 사람들이 최소한 세상이 지옥으로 타락하는 것을 멈추게 한다고 생각한다."

―인생의 의미는 행복을 추구하는 데 있지 않고, 인생은 근본적으로 고통이라고도 했다.

"우리 모두는 꿈이 무너지는 것, 나이 드는 것, 병마, 죽음 등을 겪는다. 그러나 나는 개개인이 존재의 비극을 직면하고 이겨낼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우리의 약함보다 강하다. 그러나 그 강함은 인생의 아픔과 직면하지 않고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한국에선 젊은 남녀 간 갈등이 심하다. 젊은 남성들의 '수호자'로서 여성과 평화롭게 공존하는 팁을 준다면?

"어른이 돼라(Grow up). 쓸모 있어 져라. 책임감을 가져라. 너 자신과 가족, 공동체를 돌봐라. 만약 여성에게 거절당하면(특히 그런 일이 되폴이된다면) 스스로를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하라. 원나잇 하지 마라. 믿고 사랑하고 존경하고 갈망하고 협상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아라. 그녀와 함께 미래 계획을 세워라. 네가 겪은 고통과 배신과 절망에도 불구하고 인류의 명예가 되도록 하라. 세상이 더 나은 곳이 되도록 애를 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