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 행정관이 최근 경찰청을 찾아가 지인(知人)이 연루된 사건의 수사 상황을 캐묻다 적발됐다. 검찰수사관 출신인 이 행정관은 경찰에 청와대 소속임을 밝히고 캐묻기 시작했다고 한다. '청와대' 간판을 이용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려 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민정수석실은 언론의 취재가 시작되자 "부적절한 행동이 있었다는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하지만 결국 문제가 불거지자 청와대는 어제 '분위기' 쇄신을 위해 특감반원 전원을 교체한다고 발표했다. 이 행정관 외에도 비위가 적발된 직원이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감반 사례는 최근 청와대, 정부의 나사 풀린 행태 중 일부일 뿐이다. 외교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순방 소식을 알리는 공식 영문 트위터에 '체코'를 26년 전 국명인 '체코슬로바키아'로 잘못 표기했다. 외교 결례일 뿐 아니라 국제적 망신이다. 문 대통령과 체코 총리의 만남을 두고서도 청와대와 외교부가 '회담'인지 '면담'인지 오락가락했다.

이달 초 청와대 경호처 5급 공무원은 술집에서 시민을 폭행하다 현행범으로 체포되자 "내가 누군지 아느냐"며 행패를 부렸다. 의전비서관은 청와대 코앞에서 만취 상태로 비상등을 켜고 음주운전을 했다. 일자리수석실 행정관은 지방 공공기관 직원과 통화 중 휴대폰을 압수할 듯이 말해 대기발령 조치됐다.

그런데도 공직 기강을 다잡아야 할 민정수석은 의전비서관의 음주운전 뉴스가 나온 날 소셜미디어에 자기 업무와 관련도 없는 경제 정책에 대한 글을 올렸다. 수석 비서관이라는 사람이 위에서 자기 정치 하기에 바쁘니 밑의 기강이 잡힐 리가 없다. 청와대 비서실장은 문제가 쏟아진 뒤에야 뒤늦게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옷깃을 여미자"는 이메일을 직원들에게 보냈다.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는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이 같은 나사 풀린 행태로는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