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회사 사무실을 점거하고 임원을 집단으로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으나 대응이 늦어지며 피해가 더 커졌다는 주장이 나왔다.

26일 충남 아산시 둔포면 유성기업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3시 40분쯤 유성기업 본관의 대표이사 집무실에서 노무 담당 상무 김모(49)씨가 금속노조 유성지회 소속 간부 등 조합원 10여명에게 집단으로 폭행을 당했다. 유성기업 관계자는 "민노총 조합원들이 김 상무를 향해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하며 얼굴을 수십 차례 주먹으로 강타하고 발로 걷어찼다"며 "일부 조합원이 김 상무를 붙잡고 다른 조합원이 달려와 배를 차기도 했다"고 말했다. 집단 폭행을 당한 김씨는 안와 골절, 코뼈 함몰 등으로 전치 12주 진단을 받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지난 22일 충남 아산시 둔포면 유성기업 본관 2층 대표이사 집무실에서 민노총 금속노조 조합원들에게 집단으로 폭행당한 노무 담당 상무 김모(49)씨가 피를 흘리며 119 구급 대원들에게 응급 치료를 받고 있다.

이 같은 폭력 사태는 유성기업의 다른 노조인 유성새노조와 사측이 임금 협상을 하던 중에 발생했다. 이날 오후 3시부터 최모 대표와 김 상무가 본관 2층에서 유성새노조와 협상을 벌이던 중 민노총 조합원 40~50명이 건물로 몰려왔다. 대표와 상무는 곧바로 집무실로 피신했으나 조합원들이 문을 부수고 들이닥쳤다.

조합원들은 집무실 출입문을 책상과 의자로 막고 대표와 상무를 감금했다. 이어 십여명이 상무를 둘러싸고 집단 폭행을 가했다. 현장에 있던 회사 측 직원은 "조합원들이 사무실에 있던 직원들을 향해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으면 죽여버리겠다'면서 일일이 휴대폰을 검사했다"고 말했다. 또 김 상무의 집 주소를 얘기하며 "너희 집을 알고 있다. 가족들도 가만두지 않겠다"고 했다고 한다. 조합원들의 폭력 감금 상황은 한 시간 후인 오후 4시 40분쯤까지 계속됐다.

회사 측은 당시 출동한 경찰이 현장에 있으면서도 소극적으로 대처했다고 주장했다. 회사 측 관계자는 "집무실에서 피해자가 비명을 질렀지만 출동한 경찰이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다가 사태가 끝난 후에야 들어왔다"며 "경찰이 직무를 유기했다"고 말했다. 사측의 첫 신고는 오후 3시 53분쯤 112를 통해 이뤄졌다. 이후 6차례에 걸쳐 "사람이 맞아 죽는다. 빨리 와서 구해달라"고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 접수 후 유성기업에서 가장 가까운 둔포파출소 경찰관 4명이 오후 4시 4분쯤 현장에 도착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은 본관 건물 2층을 점거한 금속노조 조합원 40여명에게 가로막혀 사건이 벌어지는 대표 집무실에 들어가지 못했다.

이후 인근 지구대·파출소 인력 9명이 추가로 도착했고, 오후 4시 40분쯤에는 아산경찰서 정보관, 형사, 112타격대 등 20여명의 경찰 인력이 현장에 도착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관들이 수차례에 걸쳐 '현장을 확인해야 한다'고 했지만 이들은 복도에서 서로 팔짱을 끼고 길을 막아서 들어갈 수 없었다"면서 "나중에 정보 경찰들이 접근해 노조원들을 설득시켜 대표이사 집무실에 들어갔을 때는 상황이 종료돼 있었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사태 이튿날인 지난 23일 대표 명의로 아산경찰서에 항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공문을 통해 "경찰은 구타를 당하는 사람을 구하려고 시도를 전혀 하지 않았다"며 "구타를 자행한 조합원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하지 않고 그대로 지켜보기만 했다"고 항의했다. 아산경찰서는 이에 대해 "노조원들이 복도를 점거한 채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불러 안쪽 상황을 확인할 수 없었다"면서 "현장에 진입하자마자 목격자들을 상대로 상황 진술 조사를 받는 등 대처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목격자와 피해자를 상대로 조사를 벌여 폭행에 가담한 조합원들을 공동폭행 혐의로 입건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