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해원 글지기 대표

도대체 왜 달라는 대로 안 주는 거야. 늘 상냥한 아주머니한테도 아쉬움이 있다. 탕(湯)은 뜨거워야 맛있다며 미지근한 놈을 제쳐 놓거든. 기껏 생각해 줬더니 뭐란대, 지청구 들어 싸건만 입맛이 그런걸…. 구내식당에서 선택의 자유를 누리고자 한들 고를 수 있는 음식은 보통 두 가지다. 이른바 ‘선택지’가 적다고들 하는데.

'아시아에 주어진 선택지는 단 하나, 개방의 문을 활짝 열고….' '이상론이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을 때 위정자에겐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여기서는 선택지의 뜻이 '나아갈 길' '방안, 대책'쯤 되겠다. 한데 표준국어대사전을 들여다보니 영 이상하다. '선택지(選擇肢)=여러 답 가운데 알맞은 답을 고르도록 하는 시험 형식.' 그렇다면 지난 회에 살펴본 '선택형(型)'을 말함인데. 다른 사전을 찾아보니 그나마 뜻풀이를 덧붙였다. '또는 그런 형식에서 제시된 여러 개의 답.' 위 예문의 선택지는 바로 여기서 쓰임새가 번진 듯하다.

왜 팔다리를 뜻하는 肢로 쓸까. 일본 총리 말에서 실마리가 보인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모든 선택지를 시야에 두고 의연하게 대응하겠다." 일본에서 쓰는 한자가 바로 選擇肢였던 것.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서도 무작정 쓰기 시작한 모양이다. 하지만 이 肢는 '다지(多枝)선택법'에서 보듯 갈래(가지)를 뜻하는 枝를 써야 맞지 않는가. 실제로 1980~90년대에 '選擇枝'로 쓴 신문 기사가 간간이 보인다.

간추려 보자. '여럿 가운데 알맞은 답을 고르는 시험 형식'으로는 '선택형'이 어울린다.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이나 종류, 갈래'라는 뜻으로 '선택지'를 쓴다면 '選擇枝'가 들어맞는다. 혹시 그냥 '선택'이라 하면 어떨까? 선택은 무언가를 고르거나 정하는 '행위'이므로 그 '대상'인 선택지와는 구별해야겠다.

진학과 취업, 평복과 정장, 전세와 월세, 낮잠과 산책…. 사는 게 선택의 연속이다. 당장 오늘 점심도 고민하게 생겼다. 짜장이냐, 짬뽕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