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출범에 힘을 합쳤던 민주노총·참여연대 등 '진보 진영 사회단체'가 집권 1년 반 만에 정부·여당에 등을 돌리고 있다. 2016년 말부터 최근까지 현 정부와 진보 진영은 소위 '촛불'이라는 빅 텐트 아래서 밀월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최근 '탄력근로제(일정 기간 내에 근로시간을 늘리고 줄이면서 조절하는 제도)'라는 현안이 튀어나오면서 관계가 급격히 냉각되는 것이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진보 진영 사회단체들이 19일 정의당 이정미(왼쪽에서 둘째) 대표와 함께 국회에서‘탄력적 근로시간제 기간 확대 반대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정부와 국회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기간 확대 시도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은 19일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함께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탄력근로제 확대는) 현 정부가 도입한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 조치를 무효화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노동자의 노동 조건을 악화시키는 개악(改惡) 안의 결과는 '노동 존중 사회'가 아니라 '노동 억압 사회'일 뿐"이라고 했다. 앞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정부의 탄력근로제 확대에 반대하며 선전포고를 한 상황에서, 참여연대와 민변까지 정부 비판에 가세한 것이다. 민노총은 21일 탄력근로제 저지를 위한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했다.

그동안 여당과 진보 진영은 서로를 우군(友軍)으로 여겼다. 현 정부 출범 후 고용부 장관과 경제사회노동위원장 등 노동 요직(要職)에 한노총과 민노총 간부들이 앉았고 노동계와 정부가 함께 노동정책을 마련해 왔다. 청와대 주요 보직과 공정거래위원장 등을 참여연대 출신으로 채웠고, 대법관, 헌법재판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등에는 민변 출신을 임명했다. '촛불'에 참여했던 세력들이 정권 출범 후 각자의 지분을 챙기고 권한을 행사한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다 최근 정부와 여당이 어려운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확대하겠다고 하자, 우군으로 여겼던 노동계와 진보 단체가 일제히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든 것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촛불 내부의 대립은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 일각에서는 당장 갈등은 있지만 노동계와 진보 세력이 문재인 정부에 완전히 등을 돌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과거 노무현 정부 때도 기간제법 처리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등을 비판하며 노동계가 정부에 등을 돌렸지만, 결국 2007년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다시 당시 여당에 손을 내밀었다. 한 노동계 전문가는 "결과적으로 탄력근로제 법안이 통과되지 않고 흐지부지되면 노동계가 다시 정부·여당과 손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