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미국과 중국이 정면으로 맞붙어 사상 처음으로 공동성명에 채택하는 데 실패했던 가운데, 중국 대표단이 공동성명 조율 과정에서 성명의 문구를 바꾸려 의장국인 파푸아뉴기니 장관실에 난입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APEC 정상회의에서 정상들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호주 공영방송 ABC와 AFP통신 등에 따르면, 사건의 발단은 공동성명 초안에 "우리는 모든 불공정한 무역관행 등을 포함해 보호무역주의와 싸우는 데 동의했다(We agreed to fight protectionism including all unfair trade practices)"는 문장이 포함되면서부터다.

중국은 ‘불공정한 무역관행’이 중국을 지칭하는 것이라며 이를 공동성명에서 제외하기를 원했으나,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20개국은 이를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중국 대표단 4명은 조율과정에서 강제로 이 문구를 빼기 위해 의장국인 파푸아뉴기니 외무장관의 집무실에 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무실 근처에서 소동이 벌어지자 현지 경찰들이 달려와 이들을 만류했고, 이들 4명은 자발적으로 자리를 뜬 것으로 전해졌다. AFP통신,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파푸아뉴기니의 고위 외교관 등을 인용해 중국의 중견급 외교관들이 집무실 난입을 시도했다고 전했다.

중국 측은 이에 대해 "양국은 밀접하게 의사소통을 하고 있으며 회의장에서도 파푸아뉴기니와의 접촉이 있다"며 "양국 관계를 갈라놓으려는 사람들이 소문을 퍼뜨리고 있다"고 했다.

이번 APEC 회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장외에서 설전을 벌이며 주목을 받았다. 시 주석이 미국의 통상정책을 겨냥해 "냉전이나 열전이든, 무역전쟁의 형태이든 어떤 대결에서도 승자는 없다는 것을 역사는 보여주고 있다"며 선공을 날렸고, 트럼프 대통령 대신 참석한 펜스 미 부통령은 이에 맞서 "중국이 행로를 바꿀 때까지 미국은 행로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