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이후 팬들이 보낸 선물과 편지는 항상 뜯어진 채로 받았다."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은메달을 딴 전(前) 국가대표 '팀 킴(김은정·김영미·김경애·김선영·김초희)'이 15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경두(62)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으로부터 사생활 통제를 당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김 전 부회장은 지난 2001년 팀 킴이 소속한 경북체육회 컬링팀을 창단했고, 의성여고 학생들이었던 '팀 킴'을 국가대표로 성장시킨 주역이다.

지난 6일 대한체육회에 '김 전 부회장으로부터 폭언, 훈련 방해, 사생활 통제를 당했고 국제대회 상금도 배분해주지 않았다'는 내용 등이 담긴 호소문을 보낸 뒤 휴가를 내고 일절 외부 접촉을 끊었던 팀 킴이 15일 기자회견을 자처한 것은 김 전 부회장의 사위이자 전 믹스더블 대표팀 감독인 장반석씨의 반박 때문이었다. 장씨는 9일 기자들에게 '팀 킴 주장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평창올림픽에서 컬링 바람을 일으켰던 전 여자 국가대표 ‘팀 킴’은 15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 측이 올림픽 이후 개인 편지까지 뜯어보는 등 사생활을 철저히 통제했다”고 주장했다. 오른쪽부터 김초희·김은정·김선영·김영미·김경애.

팀 킴은 15일 "수년 동안 지속적으로 사생활 통제에 시달렸다"며 "올림픽 이후 이른바 '편지 검열'까지 있었다"고 했다. 김선영은 "팀이 아닌 선수 개개인에게 온 것들을 감독이 먼저 확인한 후 선수들에게 나눠준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스킵(주장) 김은정은 "우리가 고등학생일 때부터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면 '왜 대화하느냐'고 궁금해했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우리는 외부와 차단돼서 아무것도 못하게 만든다. 김 전 부회장이 말하는 것만 듣게 만드는 방법의 하나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선수들은 상금 배분 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의문을 제기했다. 김은정은 "선수 개인 격려금은 개인 계좌로 들어왔지만, 팀 이름으로 받은 격려금은 행방을 알 수 없다"며 "2016년 이후 국가대표로서 지원을 받았는데도, 선수들의 상금을 훈련비로 사용했는지 궁금하다. 김 전 부회장은 항상 돈이 없다고 하셨다"고 지적했다. 팀 킴에 따르면 2015~2017년 받은 월드컬링투어 상금이 총 1억원 정도다.

대한컬링경기연맹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컬링 대표팀(남녀, 믹스더블) 지원금(강화훈련기금)이 총 17억9000만원이다. 특히 팀 킴은 작년 7월부터 지난 3월까지 캐나다·스위스 등 해외 전지훈련 및 투어 대회를 치르면서 약 2억원(항공료·숙박비 등)을 지원받았다고 한다.

팀 킴은 뒤늦게 입을 연 이유에 대해 "우리도 한 가족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올림픽 이후 결국 '그 가족(김 전 부회장 일가)'만 독점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2016년 1월부터 평창올림픽까지 팀 킴을 지도했던 캐나다 출신 코치 피터 갤런트(60)도 팀 킴 지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김 전 부회장과 딸 김민정 감독 가족으로부터 여러 문제를 느꼈다"며 "연습시간이 언제인지, 어떤 대회에 참가하는지도 전혀 나와 공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갤런트 코치는 "김민정 감독은 헤드코치로 대우받기를 원했지만 전문성이 선수들보다 부족했다"며 "다행히 연습 시간의 10% 정도만 링크에 나왔기 때문에 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훈련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갤런트 코치는 "팀 킴은 아직 최고 수준에 도달하지도 않았다. 많은 출전 기회가 보류되면서 세계 랭킹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며 "진정 부끄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장반석씨는 본지 통화에서 "따로 반박하지 않겠다. 오는 19일 시작되는 문화체육관광부 컬링 특정감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