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무리수를 둬가며 빈 강의실 불 끄기, 산불감시원 같은 공공 일자리를 대폭 늘렸는데도 고용 한파가 이어지는 이유는 민간 일자리, 특히 최저임금 인상에 민감한 업종의 일자리 감소가 워낙 가파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일자리가 사라지는 과정에서 가족의 생계를 한창 꾸려가야 할 40대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최저임금 취약 3대 업종에서 일자리 29만개 사라져

14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통계청이 분류하는 21개 업종 중 가장 많은 일자리가 사라진 업종은 도·소매, 음식·숙박, 사업시설관리 등 3대 업종이다. 모두 임금 수준이 낮고 고용이 불안정해 최저임금 인상에 가장 민감한 것으로 평가받는 업종들이다. 도·소매업종 취업자는 369만9000명으로 1년 전보다 10만명 줄었고, 음식·숙박업종 취업자는 218만9000명으로 9만7000명 감소했다. 사업시설관리 업종 취업자는 128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9만명 줄었다. 이 3개 업종을 합쳐 일자리가 29만개 사라진 것이다.

구직자들로 붐비는 고용센터 - 14일 오전 서울 중구 고용복지플러스센터가 취업 상담을 받으려는 구직자들로 붐비고 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10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10월 실업률은 3.5%로 1년 전보다 0.3%포인트 높아졌다. 10월 기준으로 2005년(3.6%)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다.

이 업종들의 일자리 감소 추이를 보면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이 더욱 뚜렷이 드러난다. 도·소매업 일자리의 경우 지난해 가을까지만 해도 일자리 수가 전년 대비 꾸준히 늘어왔으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앞둔 지난해 11월부터 11개월 연속 일자리가 줄어들었다.

음식·숙박업종 역시 꾸준히 증가세를 유지해오다 지난해 6월 이후 마이너스(-)로 돌아서 17개월 연속 감소세다. 특히 일자리가 줄어드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는 것이 문제다. 음식·숙박업종의 일자리 감소 폭(전년 동월 대비)은 7월 4만2000명, 8월 7만8000명, 9월 8만6000명, 10월 9만7000명을 기록했다. 사업시설관리 업종 역시 2016년에는 6만개 늘었으나 지난해에는 1만7000개 줄었고, 올해는 평균 5만8000개가 줄었다. 산업 경쟁력 약화와 구조조정 등의 영향으로 비교적 괜찮은 일자리로 평가받는 제조업 일자리도 4만5000개 줄었다. 이 같은 민간 일자리가 크게 감소하다 보니 보건·사회서비스(15만9000명), 공공행정·국방(3만1000명) 등 공공 일자리 성격이 강한 업종의 취업자가 많이 늘었는데도 전체 일자리 시장에서는 한파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자리에서 밀려나는 40대

일자리 감소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사람들은 한국 경제의 중추 역할을 해야 할 40대들이다. 10월에도 40대 일자리가 1년 전보다 15만2000개 사라져 모든 연령층 가운데 가장 큰 감소세를 나타냈다. 남성이 6만9000명, 여성이 8만3000명 취업자가 줄어 여성 일자리가 더 많이 사라졌다는 것도 특기할 만한 대목이다. 이에 따라 40대 실업자 수는 16만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만4000명 늘었다. 지난해 10월 1.8%였던 40대 실업률도 2.4%로 껑충 뛰었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40대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 위기 때 취업해 카드 사태, 글로벌 금융 위기 등을 거치며 자영업이나 임시·일용직 등 점점 안 좋은 일자리로 내몰린 취업자가 많다"며 "고용 사정이 나빠지자 일자리가 취약한 40대가 다른 연령층보다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10월 취업자 수가 다소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여전히 엄중한 상황"이라며 "정부가 추가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에 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