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말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평생 평균 소득 대비 연금의 비율) 50%'를 위해선 2060년까지 533조원이 더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 연금 공약을 설계한 김연명 신임 청와대 사회수석은 소득대체율을 50%까지 끌어올려 노후에 연금을 충분히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소득대체율만 올리고 보험료율을 묶어 두면 국민연금 기금이 국민연금재정추계위 예상보다 3년 빠른 2054년에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29세 직장인(1989년생)이 평생 연금을 붓다 막상 본인이 연금을 받아야 할 시기가 되면 국민연금 기금이 동날 수 있다는 뜻이다.

12일 국회 예산정책처가 김승희 의원(자유한국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소득대체율을 50%까지 높이면 올해부터 2060년까지 은퇴자들에게 연금을 지급하기 위해 총 5056조원이 필요한 것으로 계산됐다. 이제까지 정부는 소득대체율을 현행 45%에서 40%로 차차 낮출 계획이었는데, 그럴 때 들어가는 비용(4523조원)보다 533조원 더 드는 것이다. 이 돈은 결국 보험료를 더 걷거나, 정부 재정(세금)을 투입해 채워야 한다.

또 현 정부가 추진하는 방안처럼 보험료율은 현행(9%)대로 유지하고 소득대체율만 50%로 올리면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되는 시점이 2054년으로 앞당겨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예산정책처는 "현행 '소득대체율 40%, 보험료율 9%'를 그대로 유지할 때 기금이 고갈되는 시점이 2057년인데, 이보다 3년 앞당겨지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반대로 보험료율을 11%로 올리면 2060년, 13%로 올리면 2065년으로 기금 고갈 시점이 늦춰진다. 예산정책처는 "2075년까지 기금이 동나지 않게 하려면 보험료율이 16%는 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지금 보험료의 1.7배를 더 내야 그렇다는 얘기다.

정부는 원래 15일 공청회에서 국민연금 개편안을 공개할 계획이었으나 일정을 연기했다. 그러면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11월 말까지는 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박 장관이 소득대체율을 현행 45%에서 50%로 올리면서 보험료율도 13%까지 올리는 방안 등을 보고하자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질책했다. 보험료 인상은 최소화하면서 연금은 더 줄 방안을 찾아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건강보험 등 사회보험 전문가인 김연명 수석은 소득대체율을 50%까지 올려서 '노후 소득 보장'을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보험료율을 당장 많이 높일 필요가 없다고 최근까지 여러 인터뷰 등에서 밝혔다. 일부에선 "기금 고갈 이후 지금처럼 기금을 쌓아놓고 나눠주는 방식(적립식)이 아니라, 그해 걷어 그해 나눠주는 방식(부과식)으로 전환하는 걸 염두에 두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연금을 도입한 지 오래된 유럽 국가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전환하면, 보험료율이 2065년 33%(2088년 최대 37.7%)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재정 지원을 통해 보험료율 상승을 억지한다고 해도 결국 국민들로부터 걷은 세금을 써야 하는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연금을 많이 받도록 해주면서 보험료율을 당장 올리지 않으면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행위"라는 비판이 나온다. 예를 들어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면서 보험료율을 현재처럼 9%로 유지하면 산술적으로는 2088년에 국민연금 적자가 2경3300조원(국회 김세연 의원실)에 이른다. 2054년 기금 고갈 이후에는 연평균 666조원을 어떻게든 채워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부족한 돈은 미래 세대가 막대한 보험료를 내거나, 정부 재정(세금)으로 부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