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9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후임 인사를 발표했지만 김 부총리는 후임자인 홍남기 후보자가 임명될 때까지 한 달가량 예산과 경제정책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지난 8~9월 송영무 당시 국방장관을 교체하면서 평양 남북 정상회담은 수행토록 한 것과 비슷하다. 주무 장관이 중대한 현안을 앞두고 있다면 인사 요인이 있더라도 현안을 처리한 이후로 인사를 미루는 것이 일반적 관행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장관을 경질해 놓고 중요 업무 뒤처리를 그에게 맡기는 독특한 인사 스타일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9·19 남북 정상회담을 앞둔 지난 8월 30일, '기무사 계엄 문건' 보고 누락 등을 이유로 송 장관을 전격 경질했다. 송 장관은 당시 국방 개혁 2.0을 준비해 왔고, 3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주요 의제였던 남북 군사 합의도 추진하고 있었다. 그래서 송 장관을 교체하더라도 9월 19일 정상회담 이후가 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지만 문 대통령은 계엄 문건 논란 직후 송 장관을 경질했다. 후임 정경두 장관의 인사청문 절차가 진행되는 상황이어서 평양 정상회담을 수행하는 역할은 송 장관이 맡았다. 교체 예정된 송 장관이 북한 노광철 인민무력상과 군사 합의서에 서명하고 백두산에도 같이 오르는 이례적 상황이 벌어졌다.

문 대통령이 이번에 김동연 부총리를 교체한 것 역시 내년도 예산안 처리라는 중요한 일정을 3주일 앞둔 시점이다. 정치권에선 김 부총리 교체 시점이 예산안 처리 후인 12월이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빗나갔다. 홍남기 후보자 인사청문회에는 한 달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김 부총리는 앞으로도 계속 국회에 나가 헌법상 처리 시한인 12월 2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해야 한다. 김 부총리는 "끝까지 일 처리를 마무리하겠다"고 했지만, 여야에선 "힘 빠진 장관의 말이 정치권은 물론이고 조직 내부에서도 통할지 미지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