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9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교체하고 후임에 홍남기(58) 국무조정실장을 내정했다. 또 김 부총리와 정책 갈등을 빚었던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후임에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을 승진 임명했다. 김 실장은 그간 큰 논란을 빚어온 현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과 부동산, 탈원전, 교육정책 등을 주도해 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주재한 '공정 경제 전략 회의'에서도 "우리 경제는 이제 '빨리'가 아닌 '함께' 가야 하고 '지속해서 더 멀리' 가야 한다"며 경제 민주주의를 강조했다. 한날한시에 경제팀 인사와 정부 전략 회의를 통해 소득 주도 성장과 공정 경제를 중심으로 한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고 그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뜻을 명확히 밝힌 것이다.

5대 기업 앞에서 대기업 질타 -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공정경제 전략회의’에 참석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발표를 듣고 있다. 문 대통령 주변엔 기업인들이 앉아 있다. 문 대통령 오른쪽은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뒷줄 왼쪽부터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이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문재인 정부 철학 기조의 연속성을 이어가면서 문 대통령이 제시한 '포용 국가'를 힘있게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임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의 갈등 문제를 의식해 "홍 후보자는 경제정책을 지휘하는 사령탑이고, 김 실장은 포용 국가의 큰 그림을 그리고 실행하는 총괄 역할"이라며 "원팀(one team)으로 호흡을 맞춰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과 철학과 생각을 같이하는 인물들을 전면에 내세워 기존 정책을 강력하게 밀고 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공정 경제 전략 회의'에서 '성장'보다는 '공정'과 '포용 국가'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성장 과정에서 공정을 잃었고, 함께 이룬 결과물이 대기업 집단에 집중됐다"며 "성장할수록 부의 불평등이 심화됐고 기업은 국제 경쟁력을 스스로 약화시켰다"고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경제계의 경제정책 전환 요구를 수용하기보다는 오히려 대통령 친정(親政) 체제와 기존 정책 강화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김수현 실장에 대해선 여권(與圈) 내부에서도 "경제 비전문가이며, 부동산 등 실패한 정책의 책임자"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야당의 반대로 국회 인사청문 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한 조명래 환경부 장관 후보자도 임명했다. 국회 청문 보고서 없는 장관 임명으론 일곱 번째다. 야당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지난 5일 여야정 상설 협의체에서 문 대통령이 강조했던 협치(協治)가 4일 만에 무색해졌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한편 신임 국무조정실장에는 노형욱(56) 국무조정실 2차장이, 김 실장의 후임 청와대 사회수석에는 김연명(57) 중앙대 교수가 각각 임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