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면 주한미군이 역내 공동방위 체제의 일부로 편입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처럼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과 군사적 협력에 나서 공동방위 체제를 구성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주한미군의 역할이 지정학적으로 확대되면 미국과 중국의 패권 싸움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한반도 내 미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상황을 꺼리는 중국이 이 과정에서 선수를 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2018년 11월 8일 평택 주한미군기지 캠프 ‘허프리스’에서 열린 한미연합사령관 이취임식에서 의장대 기수들이 행진하고 있다.

미국의소리(VOA)는 8일(현지 시각) 워싱턴 인근에서 열린 ‘주한미군전우회’ 세미나에 참석한 전 주한미군사령부 당국자가 "북한의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이 현실화 되면 주한미군의 역할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며 "단순히 북한의 위협에 대한 준비 태세를 유지하던 과거와 달리 ‘글로벌 군사기구’로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고 전했다.

한 전직 외교 당국자는 "실제로 북한이 비핵화에 나서고 한반도에 공고한 평화체제가 구축되면 주한미군의 역할은 지정학적으로도 확대될 것"이라며 "특히 중국을 견제하는 성격이 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남중국해 사태 등 미국과 중국이 군사 패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한반도가 중국의 영향권 아래 놓이는 것을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국제전략연구소의 보니 글레이저 아시아 담당 선임연구원도 향후 한·미 동맹의 역할은 단순히 대북 억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중국에 대한 대응도 포함된다며 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글레이저 연구원은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역내 안정을 우선시 하면서도 한반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며 "중국은 평화협정과 통일 과정에서 주한미군 철수 등을 요구하며 한반도에 친중(親中) 정권이 들어설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중국은 자국의 이해가 적용된 한반도의 새로운 환경을 위해 ‘긍정적 유인책’을 펼 의지가 있어 보인다"면서도 "그동안 중국이 이웃나라들에 적용한 강압적 정책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한반도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강력히 반발하며 경제 보복을 가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