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종로 고시원 화재’는 전열기가 원인이라는 거주자 증언이 나왔다. 9일 발화장소로 지목된 고시원 301호 거주자 A(72)씨는 소방당국에 "전열기에서 불이 나는 것을 목격했다"면서 "옷가지·이불로 끄려고 했지만, 불이 주변으로 순식간에 번졌다"고 진술했다.

소방당국은 "오는 10일 합동감식을 벌여 정확한 화재원인을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9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서울 종로구 고시원.

소방당국 관계자는 이날 오전 11시 10분 화재 현장에서 브리핑을 열어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2009년 이후 문을 연 고시원은 스프링클러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지만, 이 고시원은 2007년 문을 열어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다. 만약 고시원 주인이 바뀐다면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하지만, 이 고시원은 그렇지도 않았다"라고 말했다. 법이 소급 적용되지 않아 고시원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화재감지기와 비상벨은 설치돼 있었다. 그러나 불길 속에서 탈출한 생존자들은 "비상벨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고시원 2층에 거주하는 정모(40)씨는 "비상벨이 울리지 않았다. 고장 났다고 들었다. 나는 '우당탕탕'하는 소리에 놀라서 깼다"고 말했다.

이날 아침 브리핑에서 임옥용 종로구 보건소장은 "불길이 거셌다"면서 "소화기로 진압이 가능한 정도가 아니었고, 출입문 바깥으로 불길이 치솟았다"고 말했다.

불길이 거셌지만, 이것이 누군가 일부러 불을 지른 방화의 증거는 되지 못한다는 게 소방당국의 설명이다. 소방 관계자는 "고시원이라는 특성 상 좁은 공간에 나무로 된 출입문과 가구 등이 밀집돼 있고, 옷과 침구류 등 불에 타기 쉬운 물건도 많다"며 "아직까지 휘발유와 같은 인화물질의 흔적이 발견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2층에서 탈출한 박모(56)씨는 "고시원에 걸린 커튼이나 벽지는 대부분 방염처리가 되지 않은 싸구려 제품을 쓴다. 업주가 영세해 가격이 싼 제품을 고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고시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 관계자가 화재감식을 하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오는 10일 오전 10시부터 합동감식을 벌여 정확한 화재 원인과 발화지점 등을 밝힐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