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만 14세 이하 청소년들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둘째로 많은 초미세 먼지에 매일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6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하루 평균 1㎥에 24㎍(마이크로그램)에 달하는 초미세 먼지(PM2.5)에 노출됐다. 이는 이웃 나라인 일본 청소년들의 노출량(11.4㎍/㎥)의 2배에 달한다. 보고서에서 WHO는 "어린 시절 미세 먼지에 자주 노출되면 폐 기능 발달에 영향을 미치고, 폐 기능이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어른이 되어서도 만성 폐 장애에 시달리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고 적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연평균 미세 먼지 농도도 둘째로 높은데, 이런 환경이 청소년들에게 그대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초미세 먼지 24㎍/㎥는 현재 국내 기준으로는 '좋음(0~30㎍/㎥)' 수준에 해당한다. 그러나 WHO는 연평균 10㎍/㎥ 이하를 권고하고 있다. 하은희 이화여대 의과대학 교수는 "미세 먼지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단순히 호흡기 질환 외에도 다양한 질병에 노출돼 청소년들은 더욱 큰 피해를 보게 된다"고 했다.

◇미세 먼지 피해 지방으로 이주해도 소용없다

최근 미세 먼지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자녀들의 건강을 위해 강원도나 제주 지역 등 미세 먼지 피해가 적은 지역으로 이주하는 학부모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녀 교육을 위해 이사를 하는 '맹모삼천지교'에 빗대 이른바 '맹모삼천지미(孟母三遷之微)'로 불리는 이런 현상은, 그러나 별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WHO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도심 지역에 거주하는 청소년들은 2016년을 기준으로 하루 평균 24.6㎍/㎥의 미세 먼지에 노출됐다. 지방에 거주하는 청소년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23.7㎍/㎥의 미세 먼지에 노출됐다. 0.9㎍/㎥의 차이는 유의미한 수치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송창근 UNIST(울산과기대) 도시환경공학부 교수는 "보통 도심지가 미세 먼지 배출 시설이 많아 미세 먼지 농도가 농어촌보다 더 높기 마련인데 우리나라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며 "국토가 작은 특성상 도심과 농촌이 모두 비슷한 미세 먼지 피해를 받고 있으며, 국외 요인도 상당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중국의 경우는 도시 청소년의 노출 수치가 51㎍/㎥에 달한 반면 지방 청소년의 노출 수치는 35.7㎍/㎥로 15.3㎍/㎥의 차이를 보였다. OECD 국가 중 우리나라에 이어 셋째로 많은 미세 먼지에 청소년이 노출되고 있는 칠레도 지방 어린이가 노출되는 양(17.8㎍/㎥)이 도시 어린이가 노출되는 양(23.1㎍/㎥)보다 5㎍/㎥가량 낮았다.

◇미세 먼지, 영·유아 수명도 갉아먹어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5세 미만 영·유아의 미세 먼지로 인한 장애보정수명(DALY·기대 수명 대비 질병 등으로 잃어버리게 되는 수명의 길이)은 총 645.2년이다. 즉 우리나라 전체 5세 미만 인구가 기대 수명 대비 미세 먼지의 영향으로 더 짧게 살게 되는 햇수가 모두 합쳐 645.2년이라는 뜻이다. 이를 10만명 단위로 잘라서 계산하면 우리나라는 29년이 된다. 아이슬란드 같은 청정국은 이 수치가 0.2로 매우 낮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홍윤철 서울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장애보정수명은 선진국 그룹에서는 가장 나쁜 편"이라며 "영·유아의 경우 성장 발달 과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