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한 곡을 포스터 한 장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그림이 나올까. 지금 열리는 두 전시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옛 히트곡이 소재인 '제1회 2018 대강 포스터제'는 경기 부천의 쓰레기 소각장을 문화 공간으로 바꾼 '부천아트벙커 B39'에서 25일까지 열린다. 대학가요제와 강변가요제의 앞글자를 따 전시 제목이 '대강'이다. 1970∼80년대 가요제에서 입상한 곡을 그래픽 디자이너 42명이 각각 포스터로 만들었다. '꿈의 대화' '바다에 누워' 등 시대를 풍미했고 지금도 노래방에서 부르는 노래들이다. 곡을 재해석한 방법도 각기 다르다. 안삼열은 무한궤도의 '그대에게' 노랫말을 자신이 개발한 서체로 겹겹이 써서 종이를 뒤덮었다. 활주로의 '탈춤' 가사를 비틀비틀 어지럽게 적어 내린 권기영 작품은 영락없이 탈춤을 추는 형상이다. 이선희의 'J에게'를 택한 박신우는 서정적 음률 속 흐르는 호소력 짙은 목소리를 푸른빛 부드러운 배경 위에 얹은 삐죽삐죽한 모양의 도형 등을 통해 추상적으로 표현했다.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음악을 포스터로 표현한 작품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가수 신해철, 노래‘We Will Rock You(퀸)’‘젊음의 노트(유미리)’‘연극이 끝난 후(샤프)’‘잃어버린 나의 모습(황호욱)’ ‘그때 그 사람(심수봉)’.

디자이너들은 젊다. 7080 음악과는 먼 세대라 향수나 추억을 포스터에 담진 않았다. 송골매의 '모두 다 사랑하리'를 듣고 옛 노래의 매력에 빠져 전시를 기획했다는 그래픽 디자이너 조중현(29)은 "향수보다는 발견에 가깝다"고 했다. 세대 간 소통도 담았다. "70∼80년대 열린 가요제는 당시 청년 문화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어요. 우리 세대 디자이너들이 이걸 재해석함으로써 세대를 연결하고 싶었습니다." 10일 밤 9시엔 70년대 후반 데뷔한 한국항공대 밴드 활주로와 최근 주목받는 밴드 문댄서즈가 함께 공연한다.

서울 논현동의 갤러리 카페 N646 지하에서 14일까지 열리는 전시 '벨트포매트(Weltformat) 코리아 2018'은 공연, 아티스트에서 소음까지 이르는 영역을 포스터에 담았다. 2019년 2월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릴 머룬 파이브(Maroon 5) 내한 공연 포스터, 지난 10월 열린 사카모토 류이치 전시 포스터를 비롯해 이번에 새로 제작된 포스터 등 50여 점을 선보인다. 추상화 같은 포스터도 있다. 이현노의 '모오토 소나타'는 오토바이 마니아인 그가 '오토바이 엔진 소리가 내겐 마치 음악 같다'며 만든 작품. 악보 위에 적힌 '부릉부릉' 글자가 재밌다. 울산대생 12명은 퀸(Queen)의 명곡 'We Will Rock You'를 각각 포스터로 만들었다. 누구는 가사를 타이포그래피로, 누구는 '쿵쿵' 발소리와 박수 소리 '짝'을 이미지로 구현했다.

벨트포매트는 포스터 규격(895㎜×1280㎜) 이름이자, 2009년부터 매년 스위스에서 열리는 포스터 전시회 이름이기도 하다. 인기를 얻으며 베를린, 도쿄, 상하이 등에서도 열리기 시작했고, 작년부터 한국에서도 열린다. 전시를 기획한 그래픽 디자이너 장민수(27)는 "음악 공연 포스터가 그래픽 디자인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산물이란 점에서 음악을 주제로 정했다"며 "상업적 목적에 근간을 둔 포스터가 예술 작품의 하나로 거듭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