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암에 의한 사망률이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남성이 여성보다 자외선 차단제를 덜 사용하는 것이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재단 소속 로열프리트러스트 병원 연구진은 4일(현지 시각)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2018 영국국립암연구소(NCRI) 암학술회의에 발표한 논문에서 "지난 30년 간 미국, 유럽, 호주 등 33개국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 피부암의 일종인 악성흑색종으로 사망한 남성의 비율은 증가한 반면, 여성의 사망률은 감소했다"고 밝혔다.

악성흑색종은 멜라닌 세포가 암세포로 변하면서 생겨나는 피부 종양으로, 피부암 중에서도 사망률이 가장 높다. 악성흑색종은 초기 진단 시 5년 후 생존율이 97%에 달하지만, 말기에는 5년 후 생존율이 20% 미만으로 떨어진다.

영국 NHS 로열프리트러스트 병원 연구진은 2018년 11월 4일 남성이 여성보다 악성흑색종으로 사망하는 비율이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악성흑색종 환부.

연구진은 1985~2015년 세계보건기구(WHO)가 33개국의 악성흑색종 사망 사례를 집계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32개국에서 남성의 사망률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1985~2015년 사이 악성흑색종으로 사망한 남성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나라는 포르투갈(192.4%)이었다. 그리스와 아일랜드가 각각 121%, 115.5%를 기록해 그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포르투갈에서 흑색종으로 사망한 여성은 160.7% 증가했고, 그리스는 130.6%, 스페인에서는 73.6% 늘었다.

성별과 관계 없이 2013~2015년 악성흑색종에 의한 사망자가 가장 많은 국가는 호주로 나타났다. 그러나 호주에서도 남녀 간 사망률 격차는 뚜렷했다. 호주에서 인구 10만명 당 남성 사망자는 5.72명, 여성은 2.53명으로 집계됐다. 남성 사망자가 여성에 비해 두 배이상 많은 것이다.

악성흑색종 사망률 자체가 낮은 일본의 경우에도 남성의 사망률이 여성보다 높았다. 일본의 인구 10만명 당 남성 사망자는 0.24명, 여성은 0.18명으로 집계됐다.

흑색종 발병률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미국암학회(ACS)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올해 들어서만 피부암으로 사망한 남성은 5990명, 여성은 333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는 햇빛이나 자외선으로 인한 피부 세포 손상이 악성흑색종 발병 원인의 90%를 차지한다고 했다.

연구를 이끈 NHS 로열프리트러스트 병원의 도로시 양 수련의도 과도한 자외선 노출이 흑색종 발병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양 수련의는 특히 남성의 사망률이 높아진 원인에 대해 "남성이 여성보다 자외선 차단제를 덜 사용하고, 상대적으로 피부 관리에 신경을 덜 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와 피부암 사망률의 관계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