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장얼)이 5집 앨범 '모노'를 내놓고 해체한다. 지난달 18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해체를 발표한 장기하는 "5집이 너무 잘 만들어져서 6집이 더 좋을 수는 없겠더라"고 해체 이유를 밝혔다. 베이스 정중엽은 "한국에서 10년간 밴드 하고 잘 끝낸다는 게 굉장히 희박한 확률이다. 보통 사건·사고로 마무리되는데 이런 끝도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2008년 '싸구려 커피'로 데뷔한 이들은 그간 생활밀착형 가사를 읊조리는 듯한 독특한 창법과 실험적인 퍼포먼스로 주목받았다. 밴드 음악의 인기가 적은 국내에서 음반 판매량은 물론 평단 호평까지 지켜왔던 만큼 갑작스러운 해체였다.

해체 전 마지막 앨범‘모노’를 발매한 장기하와 얼굴들. 왼쪽부터 정중엽(베이스)·하세가와 요헤이(기타)·이종민(키보드)·장기하(보컬)·이민기(기타)·전일준(드럼).

이번 앨범은 이름처럼 '모노'로만 녹음했다. 모노는 여러 대의 마이크로 다양한 방향의 소리를 입체적으로 녹음하는 스테레오와 달리 마이크 하나로만 녹음하는 기법. 장기하는 "1960년대 이후 거의 사용하지 않는 어찌 보면 열등한 기술인데 비틀스 1집 모노 LP(바이닐)는 악기 소리가 더 명료하고 잘 집중돼 충격이었다. 꼭 도전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전곡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혼자'다. 장기하는 "극단적으로 혼자인 환경을 만들려고 홀로 5시간 동안 미국 조슈아 트리 사막 한복판에서 목소리를 녹음해보기도 했다"고 했다. 전곡을 듣고 나면 마치 홀로 방 안에 거울 하나를 놓고 그 안의 나 자신과 티격태격 속 깊은 이야기를 주고받는 느낌이 든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환상 속의 그대'를 한 구절 따서 넣은 타이틀곡 '그건 니 생각이고'는 '남들 시선 신경말고 씩씩하게 제 갈길가자'고 스스로에게 조언하는 내용이다.

이들은 "우리말을 우리말답게 썼다는 것"을 지난 10년간 자신들이 한국 대중음악사에 남긴 족적으로 꼽았다. "국내 대중음악은 우리말 쓰는 걸 부끄러워해요. 그러나 평소 쓰는 말과 억양으로 곡을 만들어야 더 자연스럽다고 생각했어요." 활동 기한은 올해 12월 31일까지로 못 박았다. 하세가와 요헤이는 "그간 6명이 가족보다 친했다. '해체'보단 가족이 떨어져 사는 것처럼 '독립'에 가까울 것"이라고 했다. 장기하는 "일단 내년 1월 1일부터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나부터 다시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지난 10년간 '장얼'로서의 삶은 12월 29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연세대 백주년 기념관에서 사흘간 마지막으로 연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