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강서정 기자] 고(故) 신성일이 아내인 배우 엄앵란과 54년 동안 결혼생활을 해왔지만 사별로 작별하게 됐다. 영화 같은 삶을 살았던 두 사람. 고 신성일이 하늘로 떠나면서 이들 부부의 러브스토리가 재조명되고 있다.

고 신성일은 지난해 폐암 3기 진단을 받은 후 치료에 전념해왔으나 오늘(4일) 오전 2시 25분 별세했다. 투병 1년 반째 호전되는 듯 했지만 세상과 이별했다. 향년 81세.

세상을 떠난 고인의 안타까운 소식과 함께 가장 많이 주목을 받고 있는 건 영화 같았던 고인의 파란만장 일대기다. 그 중 엄앵란과의 러브스토리가 다시 한 번 회자되고 있다.

1937년생일 고 신성일은 고 신상옥 감독의 영화 ‘로맨스 빠빠’로 1960년 데뷔했다. 잘생긴 외모로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청춘 멜로영화의 남자 주인공은 대부분 신성일이 맡았다.

‘백사부인’, ‘이 생명 다하도록’, ‘상록수’, ‘연산군’, ‘눈물 젖은 두만강’, ‘망부석’, ‘맨발의 청춘’, ‘동백 아가씨’, ‘5인의 건달’, ‘춘향’, ‘별들의 고향’, ‘비오는 날 수채화’ 등 수백 편의 작품에서 많은 사랑을 받으며 국민 스타로 등극했다.

멜로영화의 남자 주인공으로 여성 팬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던 고 신성일은 1964년 엄앵란과 결혼으로 세간이 떠들썩했다. 고 신성일과 엄앵란은 영화 ‘배신’을 통해 연인으로 발전했고 많은 관심 속에 결혼식을 올렸다. 두 사람의 결혼은 외신에도 보도됐을 정도.

하지만 고 신성일과 엄앵란의 결혼식이 대단한 주목을 받았던 만큼 이들의 결혼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고 신성일의 거듭되는 영화제작 실패로 두 사람은 별거 아닌 별거를 시작했고 신성일의 불륜 고백으로 엄앵란은 한때 집 밖에 돌아다니지 못할 정도로 힘든 생활을 겪었다.

고 신성일은 2011년 발간한 자서전에서 아내 엄앵란도 모르는 사실이라며 동아방송의 아나운서였던 고 김영애가 자신의 아이를 임신했다가 낙태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밝힌 바 있다. 신성일은 1970년대 초 고 김영애와 국내에서 처음 만난 뒤 고 김영애가 살던 미국 또는 자신이 국제영화제 참석차 해외로 나갔을 때 밀회했다.

자서전 출판기념회에서는 “내가 가장 사랑했던 여인은 김영애다”고 불륜을 인정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러면서 “아내도 사랑했고 김영애도 사랑했다. 사랑에는 여러 형태가 있다. 지금도 애인이 있다. 마누라에 대한 사랑은 또 다른 이야기다”라고 자신만의 사랑관에 대해 밝혔다. 이후 불거진 논란에 엄앵란은 한동안 집밖에 나가지 못한 채 생활해야 했다.

또한 자서전에서 40년째 별거 중이라고 했지만 두 사람은 서로에게 ‘기둥’이었다. 대중의 비난에도 엄앵란은 고 신성일과 이혼하지 않겠다고 했고 고 신성일은 엄앵란이 유방암 진단을 받고 수술했을 때 엄앵란 옆에서 극진히 간호했다. 이뿐 아니라 엄앵란은 신성일이 폐암 선고를 받던 날 말없이 병원비를 부담했다.

고 신성일과 엄앵란은 별거 생활을 했지만 평생을 동지로 살아갔고 엄앵란은 고 신성일과의 결혼생활에 대해 “서로가 서로에게 변하지 않고 의지하는 기둥”이라고 했다. 떨어져 살았지만 서로를 인정하고 의지하며 살았던 두 사람. 엄앵란은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슬픔을 이겨내고 있다.

엄앵란은 4일 오후 2시 50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고 신성일의 빈소 앞에서 딸과 함께 남편이자 영화계 동료였던 고 신성일을 추억했다. 엄앵란은 고 신성일에 대해 “신성일은 ‘가정남자’가 아니라 ‘사회남자’였다. 일에 미쳐서 집안은 내게 맡겼고, 그래서 역할들을 소화할 수 있었다. 이 남자는 사회적이었고 일밖에 모르는 남자였다. 늘그막에 함께 재밌게 살려고 했는데 내 팔자가 이렇다”고 말하면서도 “존경할 만 해서 55년을 함께 살았고”고 했다.

엄앵란은 고 신성일이 ‘앞만 보고 가는 사람. 한 가지만 명심하는 사람’이라고 기억되길 바란다면서 “남편은 참 욕심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0호실에 마련됐고 영화인장으로 진행된다. 발인은 오는 6일 오전 10시에 진행되며 오전 11시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한다. 장지는 경북 영천 선영. /kangsj@osen.co.kr

[사진] OSEN DB, 영화 스틸, MBC ‘휴먼다큐’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