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가 30일 선고하는 일제 강제징용 배상 사건은 피해자인 고(故) 여운택 할아버지 등 4명이 일본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2005년 2월 소송을 낸 것이다. 13년 8개월이 지나도록 최종 결정이 늦춰진 것은 중요 쟁점을 놓고 1·2심과 대법원 판결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이 사건 핵심 쟁점은 국교 정상화 및 전후(戰後) 보상 논의 과정에서 체결된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을 통해 일본이 제공한 자금(무상 3억달러·차관 2억달러)의 성격을 어떻게 보느냐이다. 청구권 자금에 강제징용 피해 배상금이 이미 포함돼 일본 측 배상 절차가 끝났는지, 국가가 맺은 청구권 협정과는 별개로 개인 배상 청구권이 존재하는지가 중요 판단 대상이다. 앞서 2008~2009년 1·2심 재판부는 "강제징용 사건은 배상 시효가 지났고, 같은 사건을 기각한 일본 법원 판결이 국내에도 효력을 미친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다만 청구권 자금에 피해 배상금이 포함됐는지는 판단하지 않았다.

그런데 대법원은 2012년 "식민 지배와 직결된 불법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사건을 2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 취지대로 "피해자 1인당 1억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일본 기업이 불복하면서 사건은 2013년 대법원에 다시 올라왔다. 그런데 대법원은 결론을 못 내리다 지난 7월에야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로 사건을 넘긴 것이다.

대법원이 재상고심 결론을 늦춘 데는 2012년 판결을 둘러싼 법조계 안팎의 논란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있다. 당시 대법원 판결이 청구권 협정을 뛰어넘어 사실상 국제 조약을 무력화했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청구권 협정 2조 1항에는 '한·일 양국 간에 국가는 물론 국민의 재산·권리·청구권이 완전히·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