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입법조사처가 정부의 탈(脫)원전,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으로 한국전력이 발전사들에 지불하는 전력 구입 비용이 원래보다 121조~146조원 늘어날 것으로 계산했다. 지난 정부 계획에선 2017~30년의 14년간 657조원으로 예측됐지만 이번 정부 탈원전 계획을 적용하면 최대 804조원으로 늘 전망이라는 것이다.

산업부는 지난 7월 신규 원전 6기 건설 백지화와 월성 1호기 조기 폐로가 2030년까지 8조9899억원의 전력 구입비 증가를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입법조사처 계산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액수다. 산업부는 2030년까지 태양광·풍력에 100조원이나 투입한다면서 전기 요금은 10.9%밖에 인상되지 않을 거라고 주장해왔다. 국민을 이런 식으로 우롱해도 되나.

전력 비용 증가액 146조원은 올해 복지 예산 총액과 맞먹고 국방 예산 3.4년 치에 해당되는 액수다. 4대강 같은 사업을 여섯 번 하고도 남는다. 전기를 많이 쓰는 반도체, 철강 등 산업은 타격을 받을 것이다. 가정에도 부담을 주게 된다. 세계 최고 신재생 선진국이라는 독일의 2017년 가정용 전기 요금은 ㎾h당 398원, 풍력의 나라 덴마크는 396원으로 한국(109원)의 거의 4배였다.

우리 원전은 40년간 운용에 아무 문제가 없었고 원전 기술력은 세계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는데 권력 핵심 몇 사람의 잘못된 신념으로 국민에게 연간 10조원 이상씩 손해를 끼치게 됐다. 월성 원전 1호기만 해도 35년 평균 가동률이 78.3%였고 2015년엔 95.8%까지 올라갔었는데, 한수원은 향후 가동률이 경제성 분기점인 54%를 넘기기 힘들 거라면서 지난 6월 폐로를 결정했다. 억지도 이런 억지가 없다.

지금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 5명은 민변 회장,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출신, 화학공학 교수,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공무원 출신, 원자력을 전공했지만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에 앞장섰던 시민단체 출신 위원장으로 구성돼 있다. 원전 23기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원안위가 이렇게 구성돼 있다는 사실이 대한민국 에너지 정책이 얼마나 비정상인지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