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보(洑) 가운데 한강 이포보 수문을 개방한 지 20일 지났다. 보에서 상류로 10㎞ 떨어진 곳까지 강물에 잠겨 있던 모래톱과 암반이 드러난 모습이 어제 보도됐다. 물고기가 상·하류를 오갈 수 있도록 만든 어도(魚道)는 수문 개방 이틀 뒤인 지난 6일부터 기능을 상실했다고 한다. 정부는 조개·재첩 등 모래톱에 남은 패류들이 대거 폐사 위기에 처하자 일당 12만원짜리 '단기 알바'를 고용해 패류를 걷어 물로 던져주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정부는 작년 6월부터 4대강 16개 보 가운데 13개 보를 차례로 개방해왔다. 이 과정에서 금강에선 세종보 개방으로 인근 정부청사 세종호수공원으로 보낼 물이 부족해지자 세종보 상류에 2억원을 들여 돌무더기 임시 보를 만드는 코미디 같은 일을 벌였다. 낙동강에선 지하수 수위가 떨어지면서 수막(水膜) 농사 피해를 입은 농민들이 10억원이 넘는 피해 보상 소송을 냈다. 이포보 어민들도 암반이 드러나고 물 흐름이 빨라지면서 어로 활동이 불가능해져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정부는 수질 개선과 자연성 회복을 보 개방의 주된 이유로 든다. 말이 안 된다. 보 건설로 수질이 악화했다는 것을 확실히 규명하려면 5년, 10년 이상 기간을 두고 관찰하는 게 정상이다. 게다가 이 정부 들어 네 번째 실시한 감사원 감사에선 4대강 사업 전후(前後) 4년씩의 기간 동안의 수질을 비교해보니 개선된 곳(44%)이 악화(14%)보다 많다고 조사됐다.

우리나라 큰 강들은 1년 중 강물이 가장 불어난 홍수기의 유량(流量)이 가장 갈수기 때의 300~600배에 달한다. 유럽 라인강은 8배밖에 안 된다. 우리 강을 안정적인 하천으로 유지하려면 강에 댐과 보를 세우고 제방도 쌓고 바닥을 준설해야만 한다. 그래야 홍수 때엔 강물을 담아 넘치는 걸 막고 가뭄에는 물이 모자라는 농경지에 물을 공급할 수 있다. 지금 정부는 그게 아니라 4대강 사업을 적폐로 몰아 지나간 정권을 비난할 정략에만 골몰하고 있다.